웹소설/대역 생활

다가오는 위기

Yeonli 2019. 6. 27. 08:18

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처럼 불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엘리자베스는 짜증을 숨기지도 않고, 불쾌한 얼굴로 서재에 들어갔다.


실베스터는 집무 책상에 손을 잡고 팔꿈치를 괴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넨다.


「어서와, 엘리자베스」
「지금막 돌아왔습니다, 오라버니. 오늘은, 빨리 돌아오셨네요」
「그렇네. 밤, 엘리자베스와 함께 식사를 하려고, 힘내서 일을 마치고 귀가했는데――설마, 유인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니」


약혼자와 식사를 해서 무엇이 나쁜 것인가.
게다가, 왜 함께 식사를 하려고 생각했는지도 의문이다.


「별로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지만, 엘리자베스, 너는 조금, 조심하는 편이 좋아」
「조심이란?」
「엘리자베스는 대역의 공작 영애다. 진짜 리즈가, 솔직하게 유인과 식사하러 갈까, 하고」


지적된, 쿵쾅쿵쾅 심장의 고동이 쳤다.
확실히, 오만하고 이기적인 공작 영애 엘리자베스・오브라이언이,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않으려고 하던 약혼자와, 빈번하게 식사하러 간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소문의 엘리자베스와는 다르다고, 유인에게 들은 바로 직후다.


「게다가, 콘라드 전하에게 부탁받은 일도…」


본래라면, 메이드――아니, 시녀라도 서류 작업을 돕는 일은 없다.
뿐만 아니라, 문관이 아닌 사람이 내부 기밀을 적힌 서류를 손에 넣은 것만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그건 전하가 나쁜 건가. …애초에,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문관을 배속하도록, 상층부에게 부탁하고 있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유인을 제2 왕자 보좌에 배속하고 싶다고 한다.


「유인의 출세가 계획대로지만, 리즈의 도피가 아버님에게 알려지면, 모든 게 엉망이 되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은, 엘리자베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추궁하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자신의 일로 힘껏인 것이다.


「――어쨋든, 엘리자베스는 주위에 들키지 않게, 잘 얼버부려 줬으면 한다」
「네, 알겠습니다」
「전하의 도움은…뭐, 나는 눈을 감아 두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진짜 가족이라면, 문관의 채용시험의 추천장을 쓰고 있었다고, 실베스터는 엘리자베스의 일을 인정하는 말을 했다.
그 평가도, 의외로 느꼈다.
여성은 정치에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층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불러내서 미안했어. 이제, 물러가도 돼」


엘리자베스는 목례하고, 방을 나온다.


시녀가 준비한 목욕탕에 들어가서, 머리카락을 말려달라고 부탁하고, 밤의 독서를 즐기는 일 없이 이불에 몸을 맡겼다.

 

◇◇◇


그로부터 며칠,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궁전의 복도에서 지인이나, 소문을 듣고 얽히는 시녀와 만나는 일도 있었지만, 적당하게 다루고 있었고, 오레리아가 함께 있으면 감싸 주었으므로 편했다.


분방한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려고, 일부러 남자에게 눈짓을 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두 실패로 끝나버린다.


뿐만 아니라, 「최근, 후작가 엘리자베스양에게, 맹금 같은 눈으로 노려봐진다…」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실베스터에게 들었을 때는,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분한 생각을 한다.


왜, 타인을 노려보고 있었냐고 물어봐졌지만, 분명하게 엘리자베스를 연기하기 위해, 남자를 유혹하는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귀가 때는 유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궁전의 마차 정류장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이동했다. 노력의 보람이 있어서, 식사를 한 날 이후, 집무실 밖에서 만날 일은 없다.


오늘도, 아무 사건도 없는 채, 집으로 돌아간다.


현관 앞에 집사와 시녀가 마중나와 주었지만, 분위기가 평상시와 달랐다.
왠지 공기가 날카로워져 있는 것이다.
사용인들에게 의아한 시선을 돌리는 엘리자베스에게, 집사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실은, 주인님이 돌아와 계십니다」
「뭐라고요!?」


최근, 집사의 보고에 「뭐라고요?」 밖에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런 일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시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들키면 큰일이므로, 시녀들은 엘리자베스를 둘러싸고, 옷방으로 서두르게 된다.


목욕탕에 들어가,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묶고 마지막으로 화장한다.


완벽한 공작 영애가 되면, 집사를 불러냈다.


「오브라이언 공작이 돌아와 있다니, 무슨 일인가요?」
「죄송합니다. 귀가는 반년 후라고 말하셨으므로.」


엘리자베스도 실베스터에게 그렇게 들었던 것이다.
귀가는 예상 외의 일.
갑자기, 회담이 취소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정을 듣는다.
공작의 앞에서 어떤 태도로 있으면 좋을지, 대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하나만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친아버지한테도 대역을 들키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진짜 엘리자베스와 공작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았네요. 엘리자베스 아가씨는, 주인님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


떠는 연기는 할 수 있을까, 엘리자베스는 생각한다.
상대는 인심 장악술에 능한 외교관이다. 서투른 연극이 통용될 리가 없다.


「집을 비우기 쉽다는 것은, 거기까지 말한 횟수도 많지 않은거죠?」
「네, 그렇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한 적은, 양손으로 셀 정도라고, 집사는 말한다.
저번의 접촉은 일년 반 전이었다.


「그렇다면ㅡㅡ」


어떻게든 된다고 말하려 하자, 문이 열린다.
온 것은, 공작에게서 전언을 받은 종복이었다.
용건은 방에 와라, 라는 것.


조속히,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토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아가씨, 부디, 무운을」
「예, 죽지 않을 정도로 싸우고 오겠어요」


엘리자베스 공작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눈이 공허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으로는 안 된다고 , 스스로를 격려하고, 방을 나온다.


긴 복도를 걸어, 간신히 공작의 방에 도착했다.
문을 세 번 두드리자,「들어와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실례하겠습니다」
「아아」


공작의 목소리는 낮고, 목이 잠겨있다. 정말, 온화하고 상냥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음색이었다.
격렬한 고동을 뛰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한 걸음, 방에 들어간다.
공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눈을 마주치기 전에, 가볍게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뭐야, 어느새, 인사도 할 수 있게 되었나」

「……!」


고개를 숙인 채로, 실패했다고 엘리자베스는 생각한다.
진짜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를 앞에 인사조차 할 수 없는 딸이었던 것이다.
완전한 정보 부족이었다.


「거기 앉아라」
「…네」


공작ㅡ크라이드・오브라이언은 백발이 섞인 금발에, 날카로운 눈동자. 눈가와 입가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다.
한 번 보고, 방심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실베스터 따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흥. 약혼을 발표하고, 공작 부인이 될 마음도 싹튼건가?」
「공작, 부인…!?」


지금, 들은 말을 받아들이는 것 몇 초가 걸렸다.
그 반응을 보고, 공작은 눈을 가늘게 뜬다.


「설마, 실베스터에게 듣지 못한 건가?」
「아, 아뇨…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설마,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정보였지만, 의심받지 않을 대답을 한다.
아직, 혼란의 속에 있었지만, 조금씩,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공작은 엘리자베스가 차기 공작 부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는건, 공작의 작위를 계승하는 것은 결혼 상대인 유인이 된다.
거기서, 소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차기 공작은 실베스터가 아니라, 유인.
왕태자에게 임명된 이유도 이해한다.
공작이 되었을 때의 일을 예측한 배속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째서 작위는 유인・에인즈워스에게?


엘리자베스는 의문으로 생각했다.
유인은 공작의 동생의 아들이며, 아버지는 타계. 실가의 백작은 오빠가 이어받았다.
진짜, 직계 남계 남자이므로, 공작가의 계승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베스터가 있는데 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르겠다.
뭔가 속사정이 있는 것 같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지, 엘리자베스는 머리를 싸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