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아버님이 뭔가를 저지르셨나? 하지만 그렇다면 보통, 어머님이나 남자인 에리오스에게 이야기하겠지)
복도를 걸으면서, 테레제는 우울하게 생각한다. 어머니도 에리오스도 같은 의견이겠지만, 테레제의 곁에 성에서 사자가 올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빠듯한 생활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빚은 없기 때문에, 위로부터 꾸중듣을 일도 없을 것이다.
조심히, 응접실의 문에 노크한다. 리트할트가를 섬기는 사용인이 대답했기 때문에, 문을 열어 준다.
익숙한, 사이즈만 큰 응접실. 옛전에는 훌륭한 물건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테레제가 태어나기 전에는 이미 팔려버렸다고 한다. 남은건 손님을 맞이하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테이블과 소파 세트 정도. 내가 봐도 그렇지만, 검소한 응접실이다.
가족 전원이서 소중히 사용해온 소파에는 지금, 훌륭한 체구의 청년이 앉아있었다. 입고 있는 건, 공국 기사단의 제복인 황녹색의 군복. 목덜미 부분에는 계급을 나타내는 배지가 붙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군 계급 제도를 모르는 테레제에게는 그의 배지가 어떤 작위를 나타내는지, 모른다.
약간 경질한 머리카락은 언뜻봐서, 칠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머리를 움직여서 이쪽을 보자 창문에서 비치는 햇빛이 닿아, 차분한 갈색인 것을 알았다. 길게 째진 눈은 군복과 같은 진한 녹색으로, 헤아리는 듯, 시험하듯이 테레제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모르게, 어울리기 어려운 것 같은 분위기다.
테레제보다 3살은 연상이겠지, 강건함 속에 기품과 매력을 겸비한 미청년은, 리트할트가 오래된 소파 세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장소에 앉히는게 미안해질 정도다.
「테레제・리트할트입니다. 성에서 잘 오셨습니다」
아클라우드 공국 귀족의 예법에 준거해 인사를 하자, 청년도 일어서서 군대의 예를 취한다. 일어서서 보고 알았지만, 그는 테레제보다 주먹 세개 정도 키가 컸다.
「정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아클라우드 공국 근위 기사단 제2번대, 제이드・ 콜릭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을 용서해주십시오」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저음의 현악기가 울리는 것처럼 고막이 떨려, 어느샌가 양어깨에 남아 있던 힘이 빠진다.
「제이드님이시군요. 이번에는 이런 허술한 저택에 대공님의 명령으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소파에 앉는다. 노년이지만 솜씨 좋은 사용인이 두 명 분의 차를 끓인다. 이 찻잎은 리트할트 가에서는 최고급품인 것이지만, 성의 근위 기사단 대장의 혀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콜릭이라는 귀족 가문이 있다. 그렇다면, 그는 틀림없이 귀족이다.
하지만 테레제의 불안에 반해, 제이드는 우아한 행동으로 홍차를 마시고 있다. 특히 맛없어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아서,우선 안심이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만…우선 테레제양은, 저의 주군 레온・ 아클라우드 전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천천히 제이드가 묻는다. 테레제는 컵을 내려놓고, 자신이 알고 있는 「레온 전하」의 정보를 늘어놓았다.
「레온・ 아클라우드 전하는 올해로 19세가 되셨습니다. 머리는 금색, 눈은 심해 같은 블루의 매우 아름다운 분으로, 독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알고계시면 충분합니다」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지만, 테레제는 내심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정도의 정보, 공도의 인간이면 일반 시민이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건데…)
애초에 레온 대공은 사람들 앞에 나오지 않아서, 금발벽안 이외의 특징은 알려지지 않았다. 테레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도, 일반 시민 정도인 것이지만.
하지만 제이드는 신경쓰지도 않고, 계속 말했다.
「지금 테레제양이 말씀하신대로, 레온 전하는 독신입니다. 약혼자도 없습니다. 그…럼 테레제양은, 우리나라의 대공이 어떤 식으로 아내를 선택하는지, 아시나요?」
「네. 대공가에 전해지는 반지에 접하고, 꽃을 피운 여성이 대공비가 되는거죠」
테레제는 막힘없이 대답한다. 이것도, 공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아클라우드 공국 대공은 대대로, 낡은 금의 반지를 이어받는다. 언뜻 보면 평범한 반지지만, 실은 태고의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다.
독신인 대공이나 공자가 낀 반지에 장래 아내가 될 여성이 닿았을 때, 넘쳐 나오는 것처럼 커다란 꽃이 핀다. 양팔로 안지 못할 정도의 꽃을 피운 미래의 아내에게 꽃을 한송이 꺽어서 그 머리에 장식한다.
이게 공국에 전해지는, 「반지 의식」이었다. 한 명인 대공에게 어울리는 아내는 한명뿐. 대공에게 있어서 최고의 파트너가 될 여성을 반지가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이 반지에 의해 이어진 대공 부부가 틀어지면 반지의 마력은 의심되었겠지만, 공국이 시작된 이래, 「반지 의식」에 의해 이어진 대공 부부는 예외없이, 죽음을 맞이해도 사이 좋은 부부였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안에는 특별한 특징이 없는 아클라우드 공국이 이정도로 번창한 것도, 반지의 덕분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그래서 대대에 대공은 대개, 사랑을 한 여성이 있으면 그 여성에게 반지에 닿게 한다. 꽃이 피면 장래의 반려자라는 것, 피지 않으면 다른 장소에 운명의 여성이 있다는걸로 신부 찾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응? 그럼 즉, 레온 전하는?)
왠지 싫은 예감이 들기 시작한 테레제에게, 제이드는 조금 미안한 듯한 얼굴이 된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다만… 레온 전하에게는 연인이 없습니다. 반지에서 꽃을 피우는 여성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거 참…」
「다만, 언제까지나 레온 전하도 독신으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전하께서는 자신의 신부를 찾기 위해, 공국 내에서 적령의 딸을 가진 백작가 이상의 집안의 저택에 저희를 파견하셨습니다」
드디어 이야기가 핵심에 가까워졌다. 그것도, 테레제가 생각치도 못한 방향으로.
「벌써 짐작이 가셨다고 생각하지만, 테레제양, 당신도 레온 전하의 신부 후보로 선택되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말을 전하는건 백작가에서 공작가까지, 약 30명의 영애들. 테레제양에게도, 후보에 올라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테레제는 말을 잃는다.
(나같은 가난한 후작 영애가, 대공님의 신부 후보?)
성 아랫마을의 슬랭에, 「돼지도 하늘을 난다」라는 말이 있다. 있을 수 없는게 있는 것이다, 라는 의미지만, 바로 지금의 심경이다.
으음, 하고 테레제는 신음한다. 대공은, 테레제의 친가의 재력이나, 하물며 테레제의 용모와 재능을 본 다음에 신부 후보에 넣은건 아니겠지. 요컨대, 리트할트 썩어도 후작가의 칭호를 가진 여자이기 때문에, 바라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신부로 선택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부일처제인 아클라우드 공국에서는, 대공이라도 두 명 이상의 아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30명 이상의 후보를 모아 그 안에서 대공비가 나타났다고 해도, 나머지 어중이 떠중이들은 속공으로 신부 후보에서 떨어진다.
(설마, 볼일이 끝났다고 방치되는 건 아니겠지?)
제이드는 불안한 얼굴의 테레제를 보고, 눈을 약간 가늘게 뜬다.
「레온 전하가 지휘하십니다. 대부분의 영애의 경우는, 그대로 집에 돌아갑니다. 다만, 성격 등을 감안한 결과, 아클라우드의 장래에 필요한 인재이라고 판단되었을 경우, 여성관료나 대공비의 측근으로 뽑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성관료와 측근…!」
아클라우드 공국 귀족 영애로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에 대우라고 말해도 좋다. 다만, 여성관료은 어쨌든 대공비의 측근이 되면 상당한 소란이 생길 것 같다. 즉, 자신을 떨어뜨려서 비의 자리에 오른 자를 모시게 되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대공비에 진심을 다해 섬길 수 있는, 마음의 영애라면, 거리낌 없이 제의를 받을 것이다.
(대공비가 되지 않아도, 여성관료로 추천되면 급료를 받을 수 있다…!)
점차 테레제의 눈에 빛이 깃든다. 그것게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제이드의 한마디가 테레제의 등을 미는 식이 되었다.
「네. 게다가, 이번의 제안을 받아 주셔서, 후보로 성에 참가한 영애에게도 계약금을 지불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크큭, 하고 소파의 팔걸이에 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오래된 소파가 비명을 지르지만, 테레제의 가슴은 크게 진동하고, 머리에 피가 오른다.
(아니요, 기다리세요, 테레제! 금액에 따라서 나중에 반환, 같은 결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귀족의 영애답지 않은 예상을 가슴에, 테레제는 우아한 영애의 가면이 떨어지지 않도록, 굳은 미소를 띄우고 느긋하게 묻는다.
「그런가요…참고로, 얼마 정도인가요? 그리고, 변제의무도?」
「사람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나지만, 최소한 한명에게 십만 페일은 보증하겠습니다. 물론 변제의무 등도 없습니다. 공국의 미래를 위해 힘을 빌려주시는 것이니까요, 레온 전하도 그 쪽에 관해서는 아끼지 않을 생각이십니다」
「십만 페일!」
봄에 피는 제비꽃 같다고 불리는 눈이 크게 뜨이고, 제이드도 걱정스러운 듯이 입술의 끝자락을 경직시킨걸 알았다. 알아도, 가슴 안쪽에서 폭발하는 감정을 억제할 수는 없다.
(십만 페일! 이 얼마나 멋진 울림! 그것만 있으면, 이후 1년 생활비에, 에리오스의 진학비…게다가, 영지의 정비도 가능해!)
테레제의 머릿속에서 계산 기기가 계산해 나간다. 1000 페일로 일반 가정 네명 생활이 한달간 검소한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요즘, 십만 페일이라니 리트할트가가 보면 엄청 큰돈이다. 제대로 된 후작가 영애라면 용돈 정도의 돈이지만, 돈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할 정도의 테레제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하늘의 은혜.
부들부들 감동으로 떨고 있는 테레제를 신종 동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본 후, 생각난 듯이 제이드가 최후의 일격을 발한다.
「아, 참고로 성에서는 필요한 분에게는 옷이나 생활 용품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역시 호사스러운 것은 안됩니다만 최저한의 도구는 모두, 이쪽이 부담하겠습니다…」
「탔다! …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 받도록 하겠습니다」
힘껏 소파에서 일어서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테레제는 더욱 더 떨면서 대답한다.
(대공비라니, 송구스럽잖아.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계약금! 그리고 운 좋으면 여성관료의 출사! 최고! 할 수 밖에 없잖아, 테레제!)
테레제의 대답에 만족한 제이드가 테레제의 어머니를 불러,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테레제의 가슴에는 확실한 결의와 사명감이 타오르고 있었다.
(리트할트가를 위해서, 가족, 에리오스를 위해! 패치워크를 할때가 아니야! 싸워라, 테레제! 모든것은, 가족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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