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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아이를 알고 있다

웹소설/흑기사

by Yeonli 2019. 6. 2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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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는 좌학의 수업이었다. 이른바 기본적인 교양 수업이다. 때때로 스노우벨과 같이 되기도 하지만, 요일에 따라서 다르다.

이 시간, 그녀는 알프레드와 같은 교실로 나뉜다. 역시 조금 복잡한 기분이다.

방과후가 되어, 훈련장으로 향하는 도중, 긴 복도의 끝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치 형태의 장식이 이어지는 복도는, 천장이 높고, 발소리가 잘 울린다.

복도의 저편에서 나타난 건, 키가 작은 소년이었다. 망토를 휘날리며, 바로 이쪽으로 달려 온다. 아무래도 올해 들어온지 1학년인 것 같다.

금발머리에, 레드 와인의 눈동자.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소년은 내 바로 옆 기둥에, 몸을 숨겼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며, 눈을 돌리자, 시선으로 뭔가 신호를 보내온다. 아무래도 다물고 있어줘, 라는 것 같다.

「마르셀군!!」

복도 맞은편에서, 여자애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돌아왔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입학했던 바로 직후인데도, 벌써 여자에게 쫓기고 있는건가. 부러운 남자다.

「근처에 있지!? 숨지 말고 나오라구!」

회랑 끝에, 한순간, 낯선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 소녀를 나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이상하네, 여기로 간거려나.…저기, 대답해줘」

스트로베리 블론드 머리카락에, 회색의 눈동자.

저건――――저 소녀는,

「이제 됐어. 멋대로 돌아갈테니까…」

소녀가 사라지는 것과, 내가 입을 연 것은 동시였다.

순간적으로 쫓아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벌써, 없어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보인 옆얼굴은, 굉장히 풀이 죽어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소년 쪽을 돌아봤다.

기둥의 그늘에 숨어, 소년은 한숨을 쉬고 있다. 조금 날카로움이 있는, 큰 와인 레드의 눈동자가 이쪽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아니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게 고마운거에요」

소년은 어깨를 움츠린다.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너, 그 애랑 아는 사람인가?」

「아뇨. 상관없습니다」

「관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조금 그녀에 대해서 들려줄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안 되려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귀찮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가 궁금하다면, 직접 물어보면 되겠져」

어딘가 질렸다는 듯이 말하고, 소년은 회랑의 반대로 걸어갔다.

「그럼 저는 이만 이걸로. 당신도 뭔가, 볼일이 있었던거죠. 실례했습니다」

와인 레드의 망토가 휘날린다.

부지런히 차가운 발소리를 내며, 소년의 뒷모습이 멀어져 간다.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아이네.…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건, 조금 전의 여자아이다.

그 특징적인 머리색, 잘못 볼 리가 없다.

공략책과 조금 모습이 다른 것 같았지만, 저건 히로인이다.

이름은 확실히 ㅡ리나리아라고 했었지. 사실은 다가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슬슬, 그녀가 입학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히로인이 나타나는 걸로 , 이야기가 움직인다.

최악의 경우, 스노우벨이 살해당해 버린다.

나는 한숨을 쉬고, 훈련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날은 평소보다 많이 휘두른 것 같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돌아갈 때 스쳐 지나가던 학생들이, 왠지 겁먹은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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