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고 있었다.
엄청방심하고 있었다.
"A지구"는, 나 같은 약한 『인간』도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좋은 곳이지만, 그래도 나쁜 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여기, F지구……?」
네발의 짐승이 끄는 수레. 그 안에 억지로 넣어진 나는, 작은 창문으로 밖을 들여다보고 절망과 함께 중얼거린다.
F 지구와는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장소ㅡ즉 무법 지대다. 내가 살고 있던 A 지구와는 정반대의 장소다. 자기 방어력이 낮은 인간 따위는, 결코 발을 디뎌서는 안되는 장소.
「최악이다……」
작게 신음하며 머리를 싸맸다. 위험하게 되어 버렸다.
반나절 전까지는 평화로웠는데.
정부의 치안 유지 부대 안듀라스가 감시해주고 있는 A 지구에서, 나는 언제나에 휴일처럼, 소꿉친구인 아르와 쇼핑에 갔었다.
하지만 오늘은 거리에 사람이 많아, 정신을 차려보니 아르와 떨어져 버리고, 하고 생각하자 누군가의 손에 잡혀 골목에 끌려가, 기절 당하고 있었다.
정신을 잃기 직전에 히죽히죽 싫은 미소를 띈 돼지와 개의 수인을 본 느낌이 드니까, 분명 그들이 범인일 것이다.
수레는 덜컹덜컹 흔들리면서, 맹스피드로 F 지구의 안쪽으로 향한다. 좁은 마차 안에는 나 외에 생물은 없는 것 같지만,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나무 상자가 몇 개인가 쌓여 있었다.
그러는 나도, 정신을 잃어 있는 사이에 나무 상자에 넣어진 듯 하다. 일어났을 때에는 깜깜하고 거북해서 조금 패닉이 되었지만, 무리하게 뚜껑을 열어서 탈출했다.
그러나,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여는 것은 가능해도, 마차의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거운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어서, 내 힘으로는 부수는 것도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F 지구에 들어가 버린 지금, 이 마차에서 탈출했다고 해서 그 앞에 안전 따위는 없다. 여기는 안에서 가만히 모습을 엿보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숨을 쉬고, 불안에서 새어 나오는 눈물을 어떻게든 참았다.
이 세계의 인종은 다양하다.
전신이 털로 덮인 수인이나, 비늘로 덮인 어인, 용인, 거기에 곤충인, 기계인, 한층 더 그것들의 혼성 종이 같이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인종 차별 등은 거의 없지만ㅡ하지만 인간만이 별도였다. 몸이 작고 가련하고 힘도 약한 인간은, 다른 종족에게는 열등종이라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꼴을 당하기 쉽다.
실제로 나도,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위험한 꼴을 당했다.
그러나 이번은 최대의 위기일지도.
F 지구에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소꿉친구인 아르도, 치안 유지 부대 안듀라스도 없는 것이다.
슬픔에 잠겨 있자, 마차가 천천히 속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완전히 멈추었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짐수레를 끄는 짐승의 등에서 내린 듯한 두 명의 발소리가 뒤로 돌아 온다. 나는 꽉 주먹을 쥐었다. 난폭하게 문이 열리고, 수레의 무거운 문이 열린다.
「야아, 아가씨. 히히…일어났어?」
살찐 돼지의 수인은, 멋대로 나무 상자에서 나와 있는 나를 보고도 화를 내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갑자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굉장히… 악인 얼굴이다.
옆에 있는 개의 수인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저건, 절대 나쁜 일을 생각하고 있는 얼굴이다.
「자, 이리 와라」
「싫어……」
인간의 저항은 그들에게 있어선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시원스럽게 짊어져서, 밖으로 이끌려 나왔다.
해가 저물고, 주변은 깜깜했다. 조금 쌀쌀하지만, 내 팔에 소름이 돋은건 날씨 탓만이 아니다.
「놔줘!」
무모하게 날뛰어서 일단은 해방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또 잡혀 손목을 줄로 묶였다.
「너무 날뛰지 마. 히히, 얌전하게 하기 위해서, 팔 하나나 두 개쯤, 무심코 꺾어버릴지도 몰라?」
「인간은 약하니까. 우리가 조금 힘을 넣은 것만으로 부서지니까. 오체 만족으로 남고 싶다면, 너 스스로 협력해 주지 않으면」
웃으면서 위협하듯이 말하는 수인들의 말에, 나는 얼굴을 푸르게 했다. 수인이라는 인종은 짐승의 피가 들어가 있는 만큼 호전적이라, 야만적인 사람도 많다. A 지구에 사는 수인은 상냥한 사람도 많았지만, 여기에 있는 그들은 분명히 위험하다. 원래는 F 지구의 거주자일지도 모른다.
나의 예상을 긍정하는 것처럼, 개의 수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들도 운이 있지. 언제 치안 유지 부대 안듀라스에 발견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기우였다. 이렇게 간단하게 젊은 인간의 암컷을 손에 넣다니. 기분 나쁜 A지구까지, 일부러 간 보람이 있다는 거야. 그렇지?」
「히히, 그렇지. 이걸로 우리, 당분간 놀고 먹을 수 있어. 젊은 인간을 원하는 녀석들은 많아. 절대로 비싸게 팔려. …어이쿠, 도망치지 마라」
「우……」
틈을 보고 달리기 시작하려고 했더니, 또 간단하게 잡혀 버렸다. 돼지 수인의 어깨에 짐처럼 짊어진다. 후각이 둔한 나라도 알 정도로 짙은 짐승의 냄새에, 무심코 코에 주름을 만들어 버렸다. 이 사람 제대로 목욕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정말로 견딜 수 없는 냄새구나. 암컷의 냄새와,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뒤섞여서……」
어깨에 얹은 내 허리 근처에, 수인이 코를 붙였다. 냄새를 맡아져, 혐오감에 등골에 소름이 끼친다.
개의 수인은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진지한 얼굴로 무서운 말을 꺼냈다.
「있잖아, 다른 사람에게 팔기 전에 우리들이 조금 맛보지 않을래? 젊은 인간의 암컷은, 분명 이제 두 번 다시 손에 들어오지 않아. 이 녀석이 처녀가 아니게 되어도 비싸게 팔리는 것에는 변함없어. 혹은 다리가 하나 없어도 마찬가지야. 가치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을거야」
「…그렇군. 히히, 그렇게 하자. 양쪽 모두의 의미로 먹어버리는 거야」
과연, 식욕과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양쪽의 의미로 나를 먹겠다고? 재밌는 소릴 하네.
…가 아니라!
태평하게 딴죽을 걸 때가 아니야. 정조를 잃는 것도, 다리를 먹히는 것도 사양이다. 절대로 싫다. 아프고 무섭고 아픈걸로 정해져 있다.
어떻게든 그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짊어진 채로 얼굴을 들었다.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갈 길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다시 절망한다.
F 지구에는 가로등 같은 것은 없는 듯해서, 주변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대로에 주욱 늘어선 거친 건물은, 희미하게 그 윤곽을 볼 수 있는 정도.
하지만 후방에서, 어디선가 나타난 몇명의 남자들의 모습은, 싫어도 내 눈에 비치고 있었다.
「어이, 너희들. 좋은 걸 가지고 있구나」
「인간인가? 게다가 암컷이다」
「좋은 냄새가 난다. 맛있어 보이는 냄새다」
나는 비명을 삼킨다. 수인이 네 명, 어인이 두 명, 그리고 여러 종족이 섞인 혼성 종이 다섯 명.
새롭게 11명, 나를 해치는 사람이 증가해 버렸다. F 지구의 주민인 만큼, 역시 모두 악인 얼굴이다. 흉포하고 잔인해 보인다.
이걸로 점점 도주는 어렵게 되었다. 몸에서 핏기가 가신다.
그들의 목소리에, 나를 메고 있던 돼지의 수인과, 그 옆을 걷고 있던 개 수인이 딱 발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러고 칫하고 작게 혀를 찬다.
「너희들에게는 안 줄 거야. 우리들이 일부러 A 지역까지 가서 잡아 온거야」
『좋아, 그럼 모두 나누지』가 되지 않았던 것에는 안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인원수로 맛보면, 어떤 의미에서도의 맛보기도 내 몸이 견디지 못한다. 확실하게 죽는다.
하지만 새롭게 나타난 남자들도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핏발 선 눈으로 나를 핥듯이 보면서, 개의 수인들에게 가볍게 대답을 했다.
「호오, 그건 수고했구나. 고마워」
「그러니까 너희들에게는, 않준다고」
개의 수인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일촉즉발, 두 개의 사이에 찌릿찌릿한 험악한 공기가 흘렀다.
그만둬, 나를 두고 싸움하지마! 한다면 나를 놓친 뒤에 마음대로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잠시 노려보고 있던 두조지만, 수적으로 불리한 돼지와 개의 수인은, 나를 업은 채로 도망치기로 결정한 듯하다. 휙 방향을 바꾸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두 명이 무사히 도망쳐 주기를 바랐지만(11명에게 희롱 당하는 것보다는 낫고, 두 명의 상대라면 아직 도망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최악의 일로, 돼지가 터무니 없이 우둔했다. 깜짝 놀랄 만큼 발이 느리다.
「따라 잡혀버려! 좀 더 빨리 달려!」
「시끄러, 하…인간이 나에게 , 하아하아…명령하지, 마」
손목을 묶인 채로 팡팡 하고 등을 두드려 보지만, 스피드는 빨라지지 않는다. 수인도 한 걸음 앞을 달리면서 「빨리와!」라고 파트너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따라잡혔……
「꺄아아!」
이번에야말로 나는 비명을 질렀다. 쫓아 온 남자들이 돼지 수인의 옷을 잡고, 쓰러뜨린 것이다. 그에게 짊어져 있던 나도, 그 충격으로 지면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A 지구처럼 예쁘게 정비된 지면이 아니라, 돌이나 돌의 파편이 흩어진 땅에.
「아얏…」
손바닥을 살짝 베어버려, 아픔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상처 따위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서자, 뒤에서 누군가에게 잡혔다. 팔에 빛나는 비늘이 있는걸로 봐서는, 나를 잡고 있는건 어인다.
「인간, 겟토!」
떠들썩하게 말하자면, 전리품처럼 내 몸을 번쩍 들어올린다. 나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쫄아서 무서워하는 만큼 유쾌해 하는 것 같다. 비명을 듣고 즐거운 듯이 웃었다.
「어이, 나에게도 인간 만지게 해줘」
주위에 바글바글 남자들이 몰려 온다. 중과부적, 처음에 나를 유괴한 개와 돼지의 수인은 두들겨 맞고 기절해서,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니……」
뻣뻣한 딱딱한 손으로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졌다. 다른 사람들이, 내 몸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 당기려고 하고 있다.
어인도 구속을 풀어 주지 않는다.
「기다려, 내가 먼저 맛보는 거야」
「아니, 나다」
사방팔방에서 큰 손이 뻗어와, 난폭하게 몸이 기운다. 잡혀있는 팔이나 어깨가 끊어질 것 같다.
그 아픔으로, 공포가 일순간 날아갔다.
「…그만해!」
물건 취급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이대로 그들의 생각대로 우롱당하는건 싫다. 인간이라도, 궁지에 몰리면 물어 뜯는다고 깨닫게 해주고 싶다.
「놔줘!」
그래서, 눈 앞에 있던 털 투성이의 팔을 물어뜯었다ㅡ 힘껏.
아까부터 내 어깨를 너무 강하게 잡고 있다고, 이 바보!
「아얏……아앗!」
상대의 뼈를 부숴 주마! 정도의 기세로 물었으니까, 조금은 데미지를 준 것 같다. 내 어깨를 잡고 있던 곰의 수인이 통증에 소리를 질러 손을 땠다.
하지만 내 쪽에도 상당한 대미지가…. 입 안은 털투성이고, 턱이 빠질 것 같다.
「하하핫! 구울의 녀석, 인간의 암컷에게 당하고 있다. 걸작이군」
주위의 남자들이 웃는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펫페 하고 입 안의 털을 토해내고, 곰의 수인에게 다시 향했다. 상대가 화내는건 뻔했으니까.
「이자식…!」
예상대로, 곰의 수인이 송곳니를 드러낸다.
그러나 나는 묘하게 침착해 있다. 역시 이성을 잃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 전원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무리라면, 가능한 한 반격하고 저항해 주자.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다.
인간의 암컷에 "고집"이라는 것을 보여 주지….
라던가 나는 각오를 다지고, 덮쳐 오는 수인을 응시했다. 싸우는 방법은 모르니까, 엉망진창으로 날뛸 수밖에 없다. 물고 당기고, 걷어차고 때리고 ㅡㅡ
그렇지만 역시, 나에게는 그런 배짱은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무서워져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럴게 곰의 수인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돌진해 왔는걸.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내 안의 "고집" 따위 간단하게 무산되었다. 자신의 약함을 분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있지만, 분노한 곰의 수인과 대치하는건, 역시 무섭다. 자신의 배에 가까운 큰 수컷과 싸운다니, 터무니 없는 공포다.
나는 몸을 움츠렸다.
적어도 너무 아픈 경험을 하지 않고 죽을 수 있도록.
「왜 포기하고 있는건가요,사야」
조용한 분노에 떠는 낮은 소리가, 곰의 수인의 외침에 섞여, 내 귀에 닿았다.
난 고개를 확 든다.
「아르테미스…」
큰 안심감이 가슴에 밀려와,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입술을 움직여, 지금,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소꿉친구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왜 여기에?
「 그렇게 간단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아르는 말한다.
아르테미스의 용모를 말로 설명하는건 어렵다. 인간도 아니면, 순수한 수인이나 어인도 아니니까.
황폐한 F 지구의 골목에서 달빛에 떠오른건, 석고처럼 하얀 체구다. 마치 갑옷(옛날, 인간이 그 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서 입었던 방어구)를 입고 있는 것처럼 매끄럽고 딱딱할 것 같지만, 그건 밖에서 붙인 금속이 아니라, 두껍고 딱딱한 피부인 것 같다. 아르의 몸은 어지간한 일로는 다치지 않지만, 베이면 피가 흘러 나오기도 한다.
내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크고, 가냘프고 날씬해서, 손발은 놀라울 정도로 길다.
얼굴 윗쪽 절반이 가면처럼 보이는 딱딱한 피부로 덮여 있기 때문에, 눈과 코는 없다. 하지만 입은 있고, 아르가 말하면 새빨간 혀가 보이는 것이다. 전신이 하얀 그 안의, 유일한 색.
그리고 아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긴 꼬리다. 금속으로 뒤덮혀 있는 것 같이 관절이 잔뜩 있어서, 딱딱해 보이고, 끝이 날카롭다.
지금 그 꼬리는, 나를 덮치려 하고 있던 곰의 수인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 전에, 해야 할게 있잖아?」
아르는 꼬리를 흔들어, 이미 죽어있는 곰의 수인을 던졌다. 평소처럼 정중한 어조이지만, 소꿉친구의 나에게는, 그가 굉장히 화내고 있는걸 알았다.
「그렇, 네」
피로 물든 아르의 꼬리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작게 수긍했다.
그렇다, 나는 역시 싸워야 했다. 죽음을 받아 들이기 전에, 인간의 고집을 보여 저항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포에 굴복해서 그걸 간단하게 버리고 말았으니까, 아르는 이렇게 화내고 있는거다. 한심한 나에게 화를 ㅡㅡ
「죽음을 받아들이기 전에, 어째서 제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입니까! 사랑하는 암컷이, 그 위기 때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도움을 요구해 준다. 그게 수컷의 로망아리는거죠!」
「……」
아니, 몰라.
그렇게 역설적으로 말해도, 몰라.
멍하니 있는 나를 두고, 아르는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저었다.
「귀녀에게 있어서, 저는 그런 존재군요. 죽기 직전에 생각나지도 않는…」
「그,그렇지 않아…」
무심코 위로해 버렸지만, 무슨 얘기야, 이거.
「뭐냐? 네놈은」
「어디서 나타났냐」
「어이, 이쪽을 봐라. 가면 자식!」
수컷들의 노성에, 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아르가 수인을 쓰러뜨려 버려서, 모두 살기를 띠고 있다.
나는 겁먹고, 묶인 채인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아르가 강한건 알고 있지만, F 지구에 거친 수컷들 수십명을 상대로 싸우는 건, 역시 무리가ㅡ
「좀 닥쳐주시겠습니까. 방해입니다, 당신들」
ㅡ가 아니었다.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아르는 손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 긴 꼬리만으로 남은 수컷들을 날려버렸다. 뾰족한 꼬리 끝으로 다리를 잘린 어인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앞에 두고, 허리가 빠져 주저앉아버렸다.
「아아, 그러고보니」
「힉…!」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던 아르였지만, 갑자기 휙 방향을 바꾸고, 어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엉덩이를 땅에 묻은 채로 돌아서는 어인에게, 조용히, 차갑게 다가간다.
「조금 눈을 뗀 사이에, 내 곁에서 사야를 납치한 건 누구지? 당신인가요」
「아, 아니…꺄아아!」
「아니면 당신인가요」
「우와아아아!」
「당신?」
「꺄아!」
이게 무슨 일이야. 눈앞에서 소꿉친구가 일방적인 살육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는 내가 멈추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 역시… 다시 생각했다.
그럴게 여기는 F 지구다. 룰이 없는 무법의 거리. 살인도 범죄가 아니다. 아르는 지금, 죄를 범하고 있는게 아닌거다.
그렇다면 멈추지 않아도 좋은게? 상대는 악인이다. 살려두면, 또 내가 노려질지도 모르고, 나와는 다른 새로운 피해자가 생길지도.
음, 그렇다면 내버려 두자.
약한 인간인 내가, 강한 타종족에게 인정을 보일 필요는 없다. 이 세계에서는 "상냥함"이 목숨을 잃게 된다. 때로는 비정하게 되지 않으면, 안전은 지킬 수 없다. 나는 자신의 생명이 중요하다.
무언으로 끝나는걸 기다리고 있자, 이윽고 아르는 시원스럽게 돌아봤다. 아무래도 화가 풀린 모양이다.
「사야, 괜찮습니까? 무서웠죠」
「아니, 오히려 지금은 꼬리가 피에 젖은 아르가 무서워… 우응, 아무것도 아니야. 도우러 와줘서 고마워, 아르. 하지만, 잘도 내 위치를 알았네」
「귀녀의 냄새를 쫓아 왔으니까」
아르는 내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밧줄을 시원스럽게 잡아뜯고, 진심으로 안도한 듯 나를 껴안았다. 코가 없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는지, 언제나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제가 붙어 있으면서 귀녀의 모습을 잃다니… 면목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아르의 흰 갑옷 같은 몸은, 딱딱하고 조금 서늘하다. 나는 그의 긴 팔안에 푹 들어가면서, 이렇게 도움을 받는건 몇 번째인지 과거를 떠올렸다. 약하고 희소한 인간인 나는, 비교적 안전한 A 지구에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에 몇 번이나 위험한 꼴을 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도와 준 것이, 소꿉친구인 아르였다.
그에게는 감사해도 모자랄만큼. 성인이 되어서 치안 유지 부대 안듀라스에 입대한 것도, 내가 평온하게 살 곳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정말로 상냥하고, 의지가 되는 소꿉친구.
「오야…? 사야, 다쳤습니까?」
단지, 때때로 ㅡㅡ
「에? 아아, 그랬다. 조금 손바닥을 아주 조금 베여서…」
——가끔씩 조금 무섭다.
「저에게 보여 주세요」
유무를 묻지 않는 강한 어조로 말하자, 아르는 피로 물든 내 손을 잡았다.
번쩍, 그의 눈빛이 바뀐는 생각이 든다. 아르한테는 안구가 없지만, 왠지 모르게 ㅡ조금 전의 남자들과 같은 눈을 하고 있다고.
「 아아, 가엽게도. 아팠죠」
「…윽!」
한숨을 쉬듯이 말하며, 입술이 찢어진 듯한 아르의 입에서 새빨간 혀가 스윽 나와서,내 손바닥을 핥았다. 그의 긴 혀가 부드럽게 정성스럽게, 그러나 집요하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상처를 왕래한다.
「……사야의 피는 달아. 뇌가 마비된 될 만큼」
흥분하고 있는지, 아르의 숨결이 흐트러졌다.
햝아지고 있는 상처는 아프지는 않지만, 관능적인 혀의 움직임에 수치심이 북돋아졌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무를 받고 있는 것처럼 요염하게, 그저 부끄럽다.
아르의 다른 한쪽의 손과 긴 꼬리는, 어느샌가 나의 허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강하고 안겨서 당겨진다,.이렇게 되면 이제, 나는 자신의 힘으로 탈출할 수 없다.
「아, 아르, 이제 됐어… 피는 멈췄으니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쉬며 말했다. 왠지 몸이 뜨겁다.
아르는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혀를 떼고, 이쪽을 보았다.
아, 위험해.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에 몇번인가, 이런 얼굴의 아르를 본 적이 있다.
지금, 그의 뇌는, 식욕과 육욕에 지배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렇게 뺨을 붉히고, 눈동자를 촉촉하게 하고…저를 부추기고 있는걸까요」
「아아아니……야!」
계…속 목덜미를 빨려서, 무심코 어깨를 움츠렸다. 이상한 목소리도 나왔다.
또 끈질기게 내 목덜미를 기어다니는 아르의 혀에, 몸이 떨린다. 참지 못하고 뜨거운 한숨을 흘리자, 아르가 은밀하게 웃는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엔 식욕 뿐이었다.
아직 서로 어렸을 땐, 아르가 나에게 가졌던 감정은, 우애 외에는 식욕 뿐이었을 것이다.
하아하아 숨을 거칠게 쉬면서 「조금 두 팔 물게주세요」라던가, 「물기만 할 뿐이에요. 식감을 즐기는 것만으로, 정말로 물거나 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는 소꿉친구의 모습은 진짜로 무서웠었지만, 아르도 제대로 자제해 주고 있어서, 대응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근데 성장하고 나이가 차자, 언제부터 거기에 음란한 감정도 섞이게 되어 왔다. 나는 그것걸 느끼고 있었지만, 왠지 무서워서 깨닫지 못한 척을 했다. 양쪽 욕심을 주체 못하는 아르는, 마치 모르는 어른 남자(수컷)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때부터 쭉 내 일을 생각하고 있는 아르의 마음이, 최근 슬슬 한계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다.
깨닫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도 언제부턴가 아르를 이성으로서 의식하기 시작하고 있었으니까, 마음을 전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건 기쁜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르의 기분을 받아들이면, 그는 분명 기쁨을 폭발시켜서 (나의 자의식 과잉이 아니면), 그 후 어떻게 되는지가 솔직히 무섭다.
서로 좋아한다는걸 알면,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아르의 욕구 하나(즉 성욕)가, 직구로 나에게 향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그럼 직구로 향해진다고 해서, 종족이 다른 나와 아르는 "그러한 행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건가, 라던가. 애초에 아르의 생식기이는 어떻게 된 거야? 라던가. 랄까 체격 차이 꽤 있는데, 제대로 들어가는 거야? 라던가. 들어가도 나 망가지는거 아니야? 라던가.
뭐, 주로 그쪽 방면의 걱정거리가 생길 것이다.
그럴게 나도 연애 초짜이니까. 인간의 수컷의 몸도 잘 모르는데.
그리고 물론, "다른 욕구" 쪽도 마음에 걸린다. 즉 식욕.
연인이 되면 지금보다 육체적 접촉은 늘어날테고, "음식"을 눈 앞에 두고 아르가 제대로 참아주는건가, 그런 걱정이 항상 따라다닌다.
행위 도중에 흥분해서, 성욕과 식욕이 뒤죽박죽이 된 아르에게 뜯어 먹히는건 싫으니까.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잠꼬대로 아르에게 고기를 뜯기는 것도 싫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팔이 없어져 있는 것도 싫으니까.
아르와 좀 더 친해진다. 그것은 나에게는 위험하다. 지금도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사야…」
허리에 두르고 있는 아르의 흰 꼬리의 구속이, 더욱 강해졌다.
「내 마음을 눈치채고 있는 주제에」
귓가에, 원망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
나는 몸을 움츠리고 눈을 감았다. 마치 듣지못한 것처럼.
아직 안된다. 아직 받아 들이는건 무섭다.
실제로, 식욕쪽은 어떻게든 억눌러준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도 아르는 그걸 잘 억누르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못 할 리가 없다.
하지만 또다른 욕구는…?
「언제까지 참을 수 없어」
혼잣말인가 할 정도로 작게 아르가 속삭였다.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아르의 마음에 답하고 싶다는 마음과, 공포. 그 두 가지가 내 안에서 대치하고 있다. 아르가 나랑 같은 약한 인간의 수컷이라면, 이런 공포는 없었을까.
하지만 이제 와서 아르 이외의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도 없으니까, 그걸 생각하는 만큼 낭비할지도.
슬쩍. 울상으로 조심조심 아르를 올려보자, 그도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잠시 바라보고 있자, 이윽고 아르가 항복한다. 한숨을 쉬고, 얼굴을 돌렸다. 두통이 난 것 처럼, 한손으로 이마 근처를 가리고 있다.
아르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쨍쨍한 분위기가 사라진걸 알아서, 안심한다.
「참을 수는 없다고 했는데, 눈을 치켜뜬다던가……」
「ㅁ,미안해」
눈을 치켜뜨는건 어쩔 수 없다. 신장 차이가 있으니까.
아르는 포기한 것처럼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돌아갈까. 사야도 지쳤겠지요」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을 숨기고, 상냥한 소꿉친구로 돌아온 아르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오늘도 또,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
아르는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내 목숨을 구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는 항상 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나를 지키고 싶지만, 그것과 같은 정도로 덮치고 싶다. 먹어버리고 싶다.
모순이지만, 그게 아르의 진정한 기분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파졌다」
왠지 말없이 있는게 거북해서, 걸으면서 문득 느낀걸 말해 보았다. 하지만 이 화제는 그다지 좋지 않았을지도. 아르의 대답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다.
「저도 비어 있습니다. 벌써 옛날부터, 기아감은 사라지는 일이 없어」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어떡해.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아르가 작게 웃고, 화제를 바꾸어 준다.
「안아도 될까요? 사야의 발걸음에 맞추고 있으면, A지구로 돌아가는데 며칠 걸립니다」
「아, 미안. 부탁합니다」
「기꺼이」
한번 더, 부드럽게 아르가 웃는다.
그리고 나를 안아 올리고, 그는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달리기는 매끄럽고 진동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얼굴에 닿는 풍압으로, 상당한 속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진심으로 달리지 않은 것이다.
나는 아르의 어깨에 뺨을 대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아르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며, 그리고 가장 위험한 사람이기도 하다.
좋아하며, 굉장히 무섭다.
모순되지만, 그게 나의 진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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