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가 소녀 게임이라고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8살 때였다.
고열로 누워있었을 때, 갑자기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의 기억이 흘러들어 왔던 것이다.
과거의 『나』는, 어디에나 있는 소녀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내가 죽기 전 마지막에 플레이하는 것이,『네가 나의 유일』, 줄여서 『너 나』라고 소녀 게임.
그리고 이 세계야말로, 『너 나』의 세계였던 것이다.
게다가,이 세계 『나』, 「아리아・피리아」라는 인물은, 게임 속에서 주인공과 적대하는 악역영애였다.
『너 나』는 판타지의 세계가 무대인 소녀 게임이다.
귀족들이 다니는, 검과 마법을 배우는 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은, 거기에 다니는 귀족 자제들과 마음이 통해,그들과 사랑을 길러 간다.
그 장해로서 가로막는 것이 나, 아리아・피리다.
누구의 루트에 들어가더라도, 아리아는 상대의 약혼자로서 주인공의 방해를 한다.
고위 귀족인 아리아는, 굉장한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이 차이나는 오빠조차,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일단 학원에 들어온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이나 오빠처럼 마법을 다룰 수 없다.
그런 와중에, 강력한 마법을 다루고, 자신의 약혼자의 마음을 빼앗는 주인공을, 아리아는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아리아는, 집의 권력을 사용하면서, 주인공을 철저하게 괴롭힌다.
그리고 주인공이 엔딩을 맞이했을 경우, 단죄되는 것이다.
단죄의 방법은 어떤 루트든 가지각색이지만, 가장 흔한 폐적, 최악은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그 최악의 루트야 말로, 얀데레 캐릭터라고 불리는 루카・오르타리아의 루트다.
은발의 머리카락에 황혼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는, 메인 히어로와 같은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인기의 이유는, 그의 신비적인 아름다움이외에, 하나 더 있다.
이 게임 안에서, 그는 유일하게 2 패턴의 해피 엔딩 루트가 있다.
통상의 해피 엔딩의 경우, 주인공의 방해를 해 온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의 보복으로서 죽지만, 그걸 주인공이 아는 일은 없다.
루카는 주인공의 앞에서는 상냥하게 행동하고, 그 뒤에 숨겨진 냉혹한 부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해피 엔드ㅡ그걸 해피 엔드라고 불러도 좋은 것인가 하는 논의가 오가, 통칭 메리바 엔드로 불리게 된 ㅡ의 경우, 그는 나를 , 그리고 , 주인공의 친구들도 주인공의 눈앞에서 죽이고, 웃는 것이다.
피로 물든 시체를 앞에두고 망연해하는 주인공에게, 그는 생긋 웃는다.
그리고, 피투성이의 팔로 주인공을 끌어안고, 노래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이걸로 겨우 2명 뿐이네.
너와 만나서 다행이야, 라고.
그 , 무섭기도 아름다운 스틸을,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무서운 엔딩은 루카 뿐이지만, 다른 루트라도 방심할 수 없다. 게임 속의 아리아는, 죽지 않더라도 결코 행복한 미래를 걸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기억을 떠올린 8살의 무렵부터, 『게임 속의 아리아』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보이는 것도 있다.
마력이 적은 자신을 싫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가족들은, 서투르면서도 제대로 애정을 품고 대하고 있었다.
마력의 양을 신경쓰는 아리아를 걱정해서, 사양하고 있었을 뿐이다.
게임 속의 아리아는, 그 가족의 상냥함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말았다.
그에 비해 나는, 가족이라는 강한 아군을 얻을 수 있었다.
무리해서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라고 들었고,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몸을 지키는 방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아버님에게 부탁해서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회피할 생각이지만, 파멸의 길을 가버릴 가능성이 없어진건 아니다.
다행히 아리아의 신체 능력은 높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검술 실력은 올라 갔다.
그것을 본 아버님이, 나를 게임의 무대인 학교에 입학시키는걸 결정해버린 일은, 오산이라고 하면 오산이었지만.
사실은 마력을 가지지 않은, 평민이나 사회가 낮은 귀족 영애가 다니는 학교에 다닐 생각이었는데, 아버님은 역시 자신의 모교에 딸을 입학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검술을 다룰 수 있다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자랑스럽게 웃고, 교사로서 학원에 재적하고 있는 오빠는 울면서 기뻐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게 가능할까.
적어도 나는 할 수 없었으니까, 작은 한숨과 함께 나는 학원 입학을 결정했다.
단지, 학원에 들어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괴로운 현실이었던 것이다.
「…아, 아리아님…!그러니까, 평안하신가요…!」
「…네, 평안하신가요 릴리님」
눈이 맞은 것만으로 움찔하고 어깨를 떨고, 흠칫흠칫 말을 걸어온 그 소녀를 향해, 나는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한다.
그녀는 나의 얼굴을 보고, 겁먹은 듯 고개를 숙이고, 함께 있던 남학생의 뒤로 숨었다.
나의 웃는 얼굴이 무섭다던가, 실례네.
일일이 나를 짜증나게 하는 이 소녀야말로, 게임의 주인공, 릴리・비빗이다.
피부는 하얗고, 입술을 팔린 사과 같고, 뺨은 붉게 물들어있다.
느슨하게 웨이브가 들어간 핑크 블론드 머리카락과, 동그란 사파이어 블루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누가 어떻게 봐도 미소녀였다.
그녀의 옆에 선 남학생은, 알・유슬란트.
이 나라의 제2왕자며, 게임의 메인 히로다.
알님은 귀찮은 듯이 나와 릴리님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고, 어떻게든 해라, 하고 나에게 입모양으로 전했다.
겁쟁이인가, 하고 마음 속에 떠오른 솔직한 감상을 곧바로 지우고,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스스로 하시죠, 라는 의사표시다.
알님은 기억해두라고, 말하듯이 나를 노려보고, 자신의 팔에 매달리는 리리님에게 말을 걸었다.
「…아, 릴리양? 여기는 사람의 눈도 있다, 팔을 놓아 주면 좋겠는데」
「 아, 미안해 알…! 그, 나, 무서워서…」
릴리님은 그렇게 작게 말한뒤, 슬쩍 나를 보았다.
다소 나에게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라는 듯한 그 태도에, 나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알님은 이 장소를 떠나는 편이 원만하게 끝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를 살짝 보고 나서, 릴리님의 팔을 잡고, 천천히 떠나 갔다.
화제의 평민 출신과 국내 유수의 대귀족인 나, 그리고 아름다운 제2왕자라는 3명의 모임에 주목해, 모여들고 있던 갤러리도, 알님과 릴리님이 떠나자 점점 그 수를 줄여 갔다.
그 안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내 곁에 다가온다.
모두 다 한결같이 나를 걱정스러운 듯이 응시하고 있고,
그것만으로 마음이 누그러졌다.
「괜찮습니까? 아리아님」
「쟤는 대체 뭐가 하고 싶은걸까. 아리아님과 만날 때마다 저런 태도를 취하고」
「뭔가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짓을 해버린 걸까요…」
「그런, 아리아님은…」
「네가 그 아이를 괴롭히고 있으니까, 겠지?」
걱정해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차가운 목소리가 주변에 울렸다.
움찔, 하고 표정이 굳어지는걸 느낀다.
조심조심 얼굴을 들자, 나의 정면, 릴리님들이 떠나 간 방향에서, 1명의 남학생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복도의 중앙을 당당하게 걷는 그는, 무표정인 채로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루카님, 하고, 제 친구의 1명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떨릴 것 같게 되는 몸을 억누르듯이 꽉 손바닥을 잡고, 나는 숙녀의 예를 취한다.
「평안하셨나요, 루카님」
「…네게 그렇게 불리고 싶지는 않네」
불쾌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루카님은 내 눈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황혼색의 눈동자가 빤히 나를 바라본다.
「너는 릴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들었다」
「설마. 그런 사실은 없어요」
「릴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우리들은 서로 바라봤다.
굉장히 피하고 싶지만, 돌리면 지는 것 같다.
잠시 그러고 있자, 루카님은 얼굴을 찡그리고, 나의 옆을 지나갔다.
엇갈릴 때, 각오해두고, 하고 불온한 말을 남기고.
하아, 하고 숨을 토해내며, 단번에 어깨의 힘이 빠졌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던 것 같다.
「… 잘도하는구나, 루카도」
「알님」
「아까는 해줬구나, 아리아」
말하면서 알님은 저를 창가로 부르고,나는 벽에 등을 맡겼다.
조금 여기서 이야기하자는 것 같다.
나는 옆에 있던 준 친구들에게 먼저 가라고 말을 걸고, 알님의 옆의 벽에 기댔다.
그걸 본 알은 놀란듯이 나를 바라보지만, 그건 무시한다.
영애로서는 별로 행실이 좋지 않지만, 연달아 2명이나 귀찮은 존재를 상대하고, 지친거다. 봐줬으면 한다.
알님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작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 릴리양은 너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다시 나에게 말했다. 괴롭히고 있는건가?」
「루카님에게도 말했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뭐, 그렇겠지.일단 확인한거다」
너 그런 일을 할 것 같은 녀석도 아니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알님에게, 아주 조금 기쁘다고 생각한다.
메인 히어로인 알님과는, 상당히 옛날부터 친구다.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5살의 무렵에 인사를 하고, 그렇게 우정을 길렀다.
아마 알님과 만난건, 그와의 약혼을 시야에 넣는 것이었겠지만, 누가 일부러 파멸의 길에 뛰어들겠는가.
지금은 허물 없는 친구라는 것이며, 알님과 거의 같은 시기에 만났던 다른 공략 대상자들과도, 게임의 전개와는 달리 사이좋은 소꿉친구라는 관계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루카님 이외라는, 주의가 붙지만.
루카님은 알님과 사이가 좋고, 나와 이야기할 기회도 몇 번인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철저하게 그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를 볼 때마다 머리에 지나가는, 광기에 물든 그의 미소.
악역이 될 생각도 없으니까 , 복수를 위해서, 그에게 살해당할 일은 없겠지만, 주인공이 얀데레 루트로 들어가 버리면 끝이다.
그는 자신과 주인공의 주위에 있는 전원을 죽이잖아.
알님이나 다른 공략대상이 걱정이지만, 그 경우는 내가 가능한 일을 해서 그들을 지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루카님도 표적의 반격은 신경쓰겠지만, 표적 외의 1 엑스트라의 반격이 상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루카님의 목적은 주인공과 자신의 주위에서 모든 사람을 배제하는 것.
그렇다면 도망쳐서, 두번 다시 그 2명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면, 그들을 구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이 루카의 표적이 될 수는 없었다.
학원에 들어간 나는, 주인공인 릴리양을 계속 피했다.
특별히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처음의 몇 개월은 잘 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릴리양도 나의 일은 내버려두고, 공략 대상자들과 순조롭게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확함과 그녀의 모습을 봐서, 아마 그녀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에게 관련되지 않으면 그녀가 전생자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본심은 정하지 않았는지, 공략대상 모두와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이, 신경이 쓰이고 있었지만.
그러나, 잠시 후, 릴리가 마치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 것이다.
노골적으로 무서워하는 태도, 나를 보는 공포에 물든 눈동자.
나를 모르는 주위는 당연히 오해했지만,알님이나,루카님 이외의 공략 대상자는, 뜻밖의도 나를 믿어주고 있다.
아리아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할 리가 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남자에게는, 미소로 팔꿈치를 박아주었다.
뭐 그건 제쳐두고, 그들의 반응이 의외였던 것은 릴리양일 것이다.
내 험담을 하면 할 수록, 그들은 그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니까.
왜 거기까지 그들이 나를 믿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쁜 것에 변화은 없다.
다만, 공략 대상자 중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믿은 것이, 그 루카님인 것이다.
루카님과는 그저 얼굴아는 정도인 사이니까, 나보다도 릴리의 말을 믿는 것은 당연하고, 오늘처럼 일일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 괴롭다.
아무래도 그의 미친 스틸이 떠올라서, 몸이 굳어 버린다.
루카님의 적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언젠가 정말로 목숨이 노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더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나치다고 우리들도 말하고 있지만, 루카에게는」
「지나치? …아아, 저에 대해서인가요. 루카님은 릴리씨를 따르고 있군요」
「아…뭐, 그렇지」
말을 제대로 안하는 알에게, 나는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걸까.
루카가 릴리를 좋아하는 것은, 일목요연일텐데.
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으로 고민하고 있는 알님을 가만히 보고 있자,
「어라, 알과 아리아?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는거야」
「와, 카나타님!?…노와르님, 다렌님까지」
「이야, 아리아」
「님을 않붙여도 된다고 했는데, 여전히 성실하구나 너」
최초로 말을 걸어온 카나타님이 뒤에서 나를 꼭 껴안는데 저항하면서, 함께 온 두명에게 눈을 돌리자, 노와르님은 명랑하게 웃고, 다렌님은 기가 막힌 것처럼 중얼거린다.
「그렇게는 안 돼요. 노와르님도 다렌님도 저의 선배입니다」
「다른 놈에게도 님 붙이고 있잖아. 카나타에 이르러서는 연하잖아」
「뭐, 그 말대로 입니다만… 여러분을 경칭 생략하면, 다른 영애들의 불황을 사요」
말하면서 그들을 둘러본다.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단정한 얼굴을 한 알・유슬란트.
밝은 핑크색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튀어나와서, 조금 나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어린애 같은 모습이 귀엽다는 평판의 카나타・ 그라시아.
찰랑찰랑한 금발의 머리카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지고, 그 상냥함에 많은 여학생을 사로잡고 있는 노와르・딜리아스.
차분한 노와르님과는 대조적으로, 새빨간 머리카락과 같은 새빨간 눈동자, 그리고 단단한 근육과 그 밝은 표정이 활발한 인상을 주는, 다렌・셰노아스.
그들은 우리 학원의 학생회 임원이며, 그들에게 학생회 고문을 하는 나의 오빠와, 선도부장을 맡고 있는 루카를 더한 6명이, 게임『네가 나의 유일』의 공략대상자다.
공략 대상자인 만큼, 그들의 외모는 아름답고, 학생 안에는 팬도 많다.
그런 그들을 이름으로 부르면, 내가 고위 귀족이라고 해도, 여자 학생들의 반감을 사는 것은 우선 틀림없다.
랄까, 그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것만으로 주목을 모으는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도망치고 싶다.
일단 카나타님만이라도 떨어져주지 않을까, 하고, 내 몸에 두르고 있던 카나타님의 팔을 퐁퐁, 두드리자, 꼭 안겨졌다.
아니, 놔줬으면 좋겠는데.
평소의 일이니까 익숙해져 있지만, 이제 좀 안는걸 고쳐주었으면 한다.
나와 카나타님의 조용한 공방을 보면서, 다렌님은 기가 막힌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아니, 네가 경칭을 생략하면 안된다고 한다면, 그 녀석은 어떤데」
「릴리양, 겠지. 영애를 녀석 취급은 좋지 않아, 다렌」
「노와르의 말대로지만…우리들도 조금 전까지 그녀의 이야기를 했어. 역시, 그녀의 평판은 좋지 않을까?」
「뭐 저러니까, 최근 특히…」
「아리아를 깎아내리는 미천한 평민, 우리들을 유혹하는 악녀라고 하는건 들은 적 있어」
「그거, 굉장한네…」
나에게 떼지 않도록 하면서, 카나타님은 평상시와 변함없는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나머지의 3명은 쓴웃음 같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학원 내는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그 룰은 물론 있지만, 그건 서로가 그런 평등한 관계를 승낙했을 경우에 한한다.
예를 들어 알님은, 어리고 신분도 낮은 카나타님에게 경칭을 생략하고 있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것은 알님이 그걸 바랬기 때문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의 이름을 경의를 가지지 않고 부르는 것은, 본래라면 불경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리님은 알님의 허가 없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마치 친한 친구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릴리님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던 최초의 무렵에는, 그들도 그것을 허락하고 있던 것 같다.
허가를 주지 않았지만, 탓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불신감이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
이름을 불리는 것도, 그 무렵부터 조금 불쾌하다고 할까, 불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녀에게 때때로 넌지시 주의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전혀 듣지 않는다고 했다.
완전히 공략에 실패한게 아닐까, 이거.
왠지 제가 그 계기가 되어 버린 것에 죄책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게임대로 내가 악역이 되었다면, 그녀의 행복을 대가로 내가 불행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고.
게다가, 그렇게까지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평화롭고, 소중한 일상.
지금의 내가 지키고 싶은 것.
「…아아, 아리아. 너희들도, 이런 곳에 있었나」
「…오라버니?」
「여기에서는 엘선생님,이지만」
그렇게 작게 웃으며, 나의 머리를 펑펑 쓰다듬어 준 것은 , 나의 오빠.
현재 이 학원에서 수학 교사를 하고 있는, 마지막 공략대상자다.
느슨한 흑발에, 투명한 녹색의 눈동자.
역시 공략 대상자라는 것인가, 다른 멤버보다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연상같은 어른의 여유와, 이따금 보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오빠는 학생회 고문을 맡고 있기에, 나와 마찬가지로 알님들과는 어릴 적부터 교류가 있다.
그때문에, 알님들과 허물 없는 사이며, 진짜 형제처럼 사이가 좋다.
지금도 어깨를 기대는 다렌님을 진정시키면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흐뭇하네 라며 내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맞아, 아리아」
「네?」
「이거, 릴리양에게 받은건데, 뭔지 알겠어?」
「릴리님에게…?」
신기한듯한 얼굴을 하면서 오빠가 내밀어 온 것은, 한장의 흰 종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그걸 받은 나는, 거기에 적힌 내용에 숨을 삼켰다.
나와 함께 종이를 들여다본 카나타님은,
「에에, 뭐야 이거? 무슨 문자?」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본 적 없잖아, 이런 문자」
「확실히…본 적이 없네요」
「어떤 나라의 문자가 아닐까?」
「아니…이 근처의 나라의 문자라면 대충 배웠지만, 이런 문자 본 적 없다고」
「알도 모르는건가…그럼 글자가 아닌 걸지도 모르겠네. 아리아, 뭔지 알겠…., 아리아?」
「아, 아뇨…장난일까요?」
평정을 가장하고, 얼굴을 들여다 보는 오빠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는 가만히 나를 응시한 후, 그런가, 하고 중얼거린다.
「릴리양의 복잡한 괴롭힘이라는 것인가…」
「녀석도 잘도하네」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카나타님이 나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응석 부리듯이 다가오는 카나타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신경 쓰지마, 하고 나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미소짓는 오빠에게 미소지으며, 손에 든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들이 모르는 문자라고 말한 것은, 일본어였다.
이 세계에 오고 처음 본 그 문자는, 어딘가 그립고, 가슴이 아프다.
[너 나]는 일본에서 발매된 게임이었고, 그녀의 언동을 봐서 그녀도 전생의 기억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 릴리양이 일부러 일본어로 이 메시지를 나에게 보낸 것은, 나 이외의 누구에게도 이 내용을 알려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자인 걸 확인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18:00, 안쪽의 숲에서.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 혼자서 와. 너에게는 책임이 있어』
책임.
그 말이, 무겁게 내 안에 덮쳐 온다.
스토리를 일그러뜨린 나.
그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나의 행동이, 그녀의 행복을 빼앗은 것이라면.
저번에,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던 릴리양의 얼굴이 떠오른다.
꽉 손바닥을 쥔 주머니 속에서, 종이 쿠직하고 소리를 냈다.
뭐가, 일어난거야.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고, 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약속의 18:00.
학원의 안에 있는 숲을 방문한 나는, 루카님을 거느린 릴리양과 대면했다.
그녀는 나와의 이야기를 그가 듣게 하고 싶지 않는지, 루카님을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범위에 멀리 보내고, 예상대로 나를 힐책했다.
악역인 주제에, 내가 히로인인데.
어째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거야, 어째서 그들은 당신의 곁에 있는거야.
나는 계속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나의 태도에도 짜증니 났는지, 마침내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그렇게 하면 그들은 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확실히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
게임대로 , [바른]의 전개.
그런데도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을 단순한 캐릭터로 밖에 보지 않고, 역하렘이라는 그저 자신의 행복 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내가 몸을 빼다니, 그런 바보 같은 것.
소중한 소꿉친구인 것이다.
전생을 떠올리고, 혼란스러워하며 우는 나의 곁에 있어주었다.
가족과 사이가 좀처럼 잘 되지 않을 때도 ,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건, 그들이 지탱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말로는 내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인정할 수 없다.
그녀가 선택한건 역하렘 루트.
단 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몰라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주제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그 루트는 분명 상냥한 그들을 괴롭힌다.
그들이 그래도 좋다고 한다면 나는 얌전하게 물러날 생각이지만, 그렇다면 나의 눈앞에서 정정당당하게 그들을 반하게 만드는 정도의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전했다.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들을 원한다면, 나에게서 뺏어보라고.
이성을 잃은 그녀는, 마법으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학원 내에서의 마법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갑작스런 일에 반응하지 못하고, 무심코 눈을 감고, 충격에 대비한 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찾아오지 않는 고통에, 조심조심 눈을 열었다.
그러자, 나의 눈앞에 등지고 서있던건, 창백한 마법진에 비쳐진 루카님의 모습.
그녀의 마법을 그가 튕겨낸 것이라는 것은, 그 마법진을 보고 알았다.
지켜줬다? 그토록 싫어하고 있던 나를?
그는 안심감 때문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나를 살짝 본 후, 놀라서 굳어있는 릴리양의 눈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어디선가 꺼낸 백금의 나이프를, 들고, 들고 ?
「너는 보지 마」
「…알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나의 시야는 어둠으로 덮였다.
어느새 내 뒤에 와있던 알님이, 나의 눈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듯이, 나는 살그머니, 내 눈을 가리는 그의 손을 잡는다.
「…알?」
「다른 녀석들도 와 있다.…숨겨줄테니까, 빨리해라. 루카」
「치사해, 저기. 상냥하고」
희미하게, 루카님이 웃운 기척이 느껴졌다.
그 직후에 울리는, 그녀의 작은 비명소리와, 신음소리.
이제 됐어, 라는 루카님의 목소리와 함께 나의 시야는 열렸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을 검붉은 무언가로 더러워진 루카님은, 주저앉은 무릎 위에 양팔을 두고 , 나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루카, 님?」
「응. …내가 무서워?」
당연하다.
그 게임의 스틸을 알고 있고, 게다가 이런 일도 있어서 ,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내가 그의 물음에 수긍하지 않는건, 그가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황혼색의 눈동자.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채, 그 빛에 매료되고 있자, 퐁, 하고 내 머리에 손이 닿았다.
「…루카는, 말이지 너를 위해서 릴리양의 곁에 있었어. 릴리양의 위화감에도, 가장 먼저 깨달았어. 그녀가 너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것도 말이지.」
「…왜요?」
「응?」
「저, 루카님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루카 님이 알님과 있을 때도. 그런데,」
「상냥했어. 아리아, 너는」
뚝뚝 흘리는 내 말을 막으며, 알님은 그렇게 말했다.
나에게서 시선은 떼지 않은 채, 한쪽 팔에 머리를 맡기고,
「확실히 알들보다는 거리를 느끼고 있었지만,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알들에게 말해서 나를 권하고 있었잖아. 나를 피하고 있는 주제에 , 나에게도 상냥하게 해주고. 처음에는 뭐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서 말을 끊고, 그는 작게 웃었다.
그가 나에게 미소를 보이다니, 얼마만일까.
다시 심장이 작게 소리를 낸다.
「쭉 기뻤어. 아리아의 덕분에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알들과도 사이가 좋아졌고」
그치 알?
그렇게 루카님이 묻자, 알님은 그 나름의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한 것인지, 뭐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루카님은 웃으며, 황혼색의 눈동자를 흐뭇하게 가늘게 뜬다.
「그러니까, 릴리양이 너에게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걸 알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협력해 준다고 해서, 나는 릴리양의 옆에서, 쭉 지켜보고 있었다는거야」
「 그, 릴리님은,」
「기절시키고 다른 장소로 전이시켰어. 살아있으니까 안심해? 조금 날뛰어서 다치게 해버렸지만, 무사해」
안심시키듯이 웃는 루카님은, 그렇게 말하며 얼굴에 묻어있던 피를 닦았다.
뒤에 있던 알님을 올려다보자, 루카님의 말을 긍정하는 듯이, 끄덕여 준다.
다행이다, 하고 한숨을 쉰 나는, 계속 나의 등을 지지해주고 있던 알님에게 기댔다.
「…당신이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카님」
「응」
「저는…」
「아리아아아아!」
「…카나타님!?」
「자, 큭…!」
외침과 함께,꽉 나의 목에 누군가가 달라붙어 온다.
쓰러지기 직전인 나의 몸을, 아렌님이 지탱해주었다.
루카님을 밀치고 뛰어 들어온 것은, 카나타님이였다.
어째서,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자, 때마침 다렌님과 노와르님이 전이해왔다.
다렌님은 카나타님을 기가 막힌 듯이 보면서, 노와르님은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고했어, 모두」
「어이카나타, 언제까지 붙어 있을거야」
「그럴게 지쳤는걸. 이 정도의 위안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하면서 , 카나타님은 슬그머니 내 어깨에 머리를 댔다.
푹신푹신한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서 조금 간지럽지만, 뭐라해도 귀엽다.
퐁퐁 그 곱슬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나는 다렌님과 노와르님을 올려다보았다.
「두분은 어째서 여기에?」
「보고야, 보-고」
「보고?」
「 응. 릴리의 친가, 꽤 나쁜 짓도 했었던 것 같아서. 게다가, 릴리양 불경죄라든지, 기타등등. 우리들의 일은 그 증거굳히기이라는 거였지만, 그게 겨우 끝났어」
「어땠어, 그 녀석들은」
「 지식은 있었던 것 같네. 꽤나 잘 하고 있었지만, 뭐 괜찮겠지. 증거는 갖추어졌다」
「모두 재상 각하에게 전했습니다. 형벌이 확정되지 않있습니다만, 국외 추방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훌륭하군, 잘했다」
그렇게 말하고 히죽 웃고, 알님이 오른쪽 주먹을 내밀자, 다렌님, 노와르님이 작게 웃으며 같은 오른쪽 주먹을 들고, 툭하고 쳤다.
꼬마네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카나타님도, 나를 꼭 껴안으면서 주먹을 치켜들고, 알님과 주먹을 맞춘다.
가까이서 보고 있던 루카님도, 알님에게 권유받아, 당황하면서도 기쁜듯이 전원과 주먹을 맞춘다.
그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은건, 게임 속에도 없는 전개다.
게임 속에서는 언제나 어딘가 외로워하며, 주인공라고 하는 존재에게 의존조차 했던 루카님도, 밝게 웃고 있다.
그게 왠가 기뻐서, 내 얼굴도 자연히 풀어졌다.
그때, 긴장이 느슨해졌는지, 갑자기 피로가 엄습해 온다.
껴안아 주고 있는 카나타님과, 지탱해 주고 있는 알님의 따뜻함에 싸이면서 , 조금 멍-하니 있자,
「… 지쳤어? 자도 좋아, 아리아」
「루카님…」
「못잠드는거면 재워줄게.자 카나타, 좀 비켜줘」
「에~」
불평을 하는 카나타님을 그럭저럭 달래면서, 루카님은 나의 이마에 닿았다.
투덜투덜 뭔가를 주창했다고 생각했더니, 루카님의 손가락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내 안에 흘러들어와, 나의 눈은 자연스럽게 잠겼다.
마지막에 보인건, 상냥한 황혼의 눈동자.
정신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나는 중얼거렸다.
「…전부, 나쁜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응?」
「당신이, 우리들을, 죽이는, 그 미래도」
「…응」
상냥하게 끄덕이는 그에게, 이것만은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말을 자아낸다.
「 무서워해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걸로,」
「…알았으니까, 빨리 자. 사과할 정도라면 , 일어나면 나와도 사이좋게 지내줘」
살며시, 루카님의 손이 거의 닫힌 눈꺼풀을 닫는다.
그렇게, 기분 좋은 졸음 속에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잠들었나」
「응. 엘은?」
「예정대로 보건실에서 대기하고 있어. 보내도 문제 없을 것이다」
「그래」
알의 그 말에 수긍하고, 루카는 양 손바닥을 맞췄다.
그러자, 아리아를 중심으로 지면에 창백한 마법진이 떠오르고,
「날아랏」
그렇게 루카가 중얼거린 것과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푸른 마력의 입자가 하늘을 난다.
전이마법이다, 지금쯤 아리아는 학원의 보건실에서, 그녀의 오빠에게 보호되었을 것이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고 있자, 노와르가 걱정스럽게,
「…루카?」
「응」
「지쳤어?」
「…응-. 뭐, 아직 하나 더 남았고」
팔을 뻗자, 그것만으로 조금 편해진 것 같다.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
「그럼 , 뒷처리하러 가볼까요」
그렇게 말하면, 루카는 다시 양손을, 맞췄다.
루카의 눈 앞의 지면에 나타난 것은, 방금 전과 같은 창백한 마법진.
루카가 다시 팡, 하고 박수를 치자, 진이 한층 크게 빛났다고 생각하면, 다음 순간에는 마법진의 중심에,웅크리고 앉은 여성이 나타났다.
릴리다.
그녀는 줄줄 피가 흐르는 팔을 누르면서, 킷, 하고 눈 앞에 선 루카를 주시하고 있었다.
루카는 리리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험악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릴리였다.
「…결국 너도 그 여자의 것이었다는 거야?」
「물론. 너에게 끌린 적 단 한 번도 없어」
즉답하는 루카에게, 릴리는 까득,이를 악물고,
「너희들 전원, 뭐야!? 그런 거 단순한 버그잖아! 히로인은 이 나, 저런 녀석 같은게 아니야!」
「…히로인, 말이지」
조롱하듯이 외치는 릴리를 내려다 보면서, 나직이 루카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너가 바란 것은, 이 세계잖아?」
「…뭐,」
딱, 하고 루카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늘에 빛나는 화면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차례차례로 화려한 정지화면을 비춰간다.
그 안에 쓰여있던 것은, 그야말로 릴리가 바란 세계.
자신이 『히로인』로서 많은 남성에게 사랑받는, 소녀 게임의 세계였다.
「어째서,루카가, 이걸…」
멍하니 중얼거리는 릴리는, 확 무언가에 깨달은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설마,루카도 전생자인 거야…?」
「유감, 틀렸어. 나는 『루카・오르타리아』야」
「야 루카, 전생자라는 건 뭐야」
「릴리라던가 아리아같은 사람을 말하는거야. 전에 설명했잖아, 다렌」
「…조금 조용히 할까요, 다렌. 지금 중요한 곳이니까요」
「어, 어이 노와르!」
「랄까, 좀 거들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 바보, 방해니까」
「으~음 완벽해」
「이야기를 일일이 멈추는 것보다 좋지 않나요?」
「…그건 그럴지도」
입이 막혀, 중얼거리며 발버둥치는 다렌을 미소로 억누르면서, 노와르와 카나타는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져 갔다.
알은 루카의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릴리를 바라본다.
학원에서, 적지 않은 남자 학생의 동경의 대상이였던 모습은 지금은 없고, 공허한 눈으로 루카가 낸 화면을 바라보는 릴리는 어딘가 무서웠다.
「…거짓말이야, 그럴게 전생자가 아니면, 이걸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전부 너가 가르쳐 준건데 말이지」
그러한 루카가 탁, 손가락을 튕기자, 공중에 떠 있던 스크린은 사라졌다.
릴리는 루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천천히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내가, 가르쳐줬다?」
「그렇게.너의 지식에는 없었던 ?『루카・오르타리아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였다. 그건 알고 있었잖아?」
「…하지만, 루카의 그 힘은 사람의 거짓말이나 감정이 왠지 안다던가하는, 정도일 거야. 이런 나의 기억까지 읽을 수 있다니, 그런…」
「그건 내가 바라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 바라면 그 사람의 사고, 기억까지 읽을 수 있어. 단편적이지만 말야」
「나의 기억을 본건, 당신의 의사라는 거야…?」
「그대로야. 어째서 내가 그런 생각했던게 신기해?」
그 질문에, 릴리는 작게 수긍했다.
루카는 차갑게 웃으면서,
「…네가, 나의 어머니를 죽게 했기 때문이야. 기억나지 않아?」
「…내가?」
「벌써 몇 년전이려나, 나의 어머니는 나와 마을에 나와 있을 때, 시종에게 속아 독살되었다.
너는 그 근처에 있고, 게다가 시종이 가져온 물에 독이 들어가 있는 것, 알고 있었지?」
「… 그건!」
루카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거리의 혼잡에 지친 어머니가,신뢰하는 시종이 내밀어진 물을 마시고, 괴로워하고 죽었을 때의 일을.
루카의 힘은 평소 제어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신적으로 크게 작용한다.
모친이 갑자기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에 동요한 루카는, 당연히 그 제어를 잃었다.
순식간에 흘러들어오는 사람들의 감정.
두려움, 망설임, 불안, 호기심.
그 안에, 확실히 『기쁨』이 있었다.
쓰러져 엎어지는 어머니에게 달려가면서, 그 감정에 귀를 기울이자, 들려온 것은 놀랍게도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응, 조금 불쌍하지만, 이벤트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이게 없으면 , 『쓸쓸한 상태의 루카』는 태어나지 않으니까』
다행이다?
자신의 모친이 괴로워하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부르면서, 모여드는 군중에 눈을 돌린다.
그 안에서 발견한, 매우 냉정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과 같은 나이의 소녀.
이벤트가 뭔지 등은 그 때는 몰랐지만, 그 소녀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기뻐한 것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잊지 않았어, 어머님의 죽음을 기뻐하는 녀석의 일은. 하지만, 그저 처음은 알고 싶었던 거 뿐이야, 어째서 평민인 네가 어머니의 죽음을 기뻐한 것인가」
루카가 아리아와 재회한건, 학원의 입학 기념 파티다.
재학생과, 입학이 가까워진 신입생들 전원이 참가하는 파티 안에서, 루카는 어릴 적에 본 그 소녀를 발견했다.
살며시 다가가, 들키지 않도록 그녀의 기억을 들여다 보고, 그리고.
「… 놀랐어, 네가 이 세계를 게임 취급하고 있었다니. 미치기라도 한 줄 알았어. 하지만 너의 시나리오에는, 아리아가 있었으니까. 간과할 수 없었다」
「기억을 본 루카는 우리들에게 상담해 줬어. 처음엔 반신반의였는데, 너의 행동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루카의 말을 이어 말한 알은, 담담하게 거기에서의 경위를 릴리에게 설명했다.
루카, 알, 다렌, 노와르, 카나타, 아리아의 오빠인 엘에게도 릴리의 기억을 전한 것이다.
모두 처음에는 믿지 않고, 릴리를 신뢰하고 있었지만, 리리는 아리아를 폄하하려고 하기 시작한 근처에서, 루카의 이야기를 믿게 된 것.
거기에서 그들은 뒤에서 단결해 , 릴리의 제거를 계획했다.
결코 아리아가 상처받지 않도록, 그녀를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그래서, 나를 속였구나」
「속였다니 남이 듣기 안좋네. 네가 마음대로 자멸한거야」
체념한 것처럼 중얼거리는 릴리에게, 루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말을 내뱉었다.
그걸 보던 알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어떡하지, 하고 루카에게 작게 말했다.
루카는 뭐가, 라고 대답하며, 알 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믿겨지지 않아, 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릴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를 벌할 증거는 있다. 아리아의 앞에서 지우는 건 가능하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이 자리의 죄는, 못본채 할 생각이다」
「…헤에?」
「 네 마음대로 하면 돼」
「… 알은 나에게 무르네」
그렇게 작게 미소지으면서, 루카의 오른손에 작은 마법진이 생겼다.
그 마법진은,붉게 빛나면서, 얼음의 검을 만들어 간다.
그 빛에 얼굴을 들은 릴리는, 천천히 다가오는 루카와, 그에게 쥐어진 얼음의 검에 눈을 크게 뜨고, 겁먹은 듯한 목소리를 냈다.
루카로부터 도망치려고 뒷걸음질치고, 하지만 지면에 빛나는 마법진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을 눈치채고 절망에 색으로 물들엇다.
하지마, 오지마, 이럴리가.
리리의 절규도 무시하고, 루카는 리리에게 다가간다.
「싫어, 나 그렇게 나쁜짓하지 않았…, 윽!」
「짖지마라」
「힉…!」
루카는 한발로 릴리의 어깨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 위에 올라타서, 그녀의 목에 아슬아슬하게 얼음의 검을 들이댄다.
그 날카로움에 떨며, 소녀는 숨을 삼켰다.
「…너는 어머님을 구할 수 있었네. 그 시절의 나에게 있어서, 어머님이 얼마나 존재인지 알고 있었는데」
귀에 걸린 루카의 은색의 머리카락이, 떨어진다.
루카・오르타리아는 고위 귀족 출신이다.
그러나, 귀족의 피는 절반뿐.
루카의 어머니는, 루카의 아버지에게 반강제적으로 첩이 돼서, 루카를 품었다.
그렇게 태어난 루카는, 특이한 은빛의 머리카락과 강력한 마력을 가진 특수한 아이였다.
아버지나, 그의 부인은 기분 나뻐하며, 원래 나빴던 루카의 어머니와 루카의 취급은 나날이 나빠져 갔다.
그러면서 루카의 마력은 아쉬웠는지, 아버지는 어머니와 루카가 평민으로 돌아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견신이 좁은 귀족의 저택에서, 이복형제들이나 본처에게는 학대받고.
좁은 세계 속에, 루카의 아군은 자신의 어머니 뿐이었다.
「고독한 내가 좋아했지, 그러니까 어머님이 방해였잖아. 너의 『시나리오』 속의 나는, 고독하고 불쌍했지」
「그건,…!」
「아리아였던거야」
반론을 하려고 했던 릴리의 말을 막으며, 루카는, 중얼거린다.
「어머님을 잃고, 혼자서. 그래도, 아리아가 … 아리아들이, 나한테 전부 주었어」
어머니가 죽은 그 날부터, 어두운 세계 속에서 그 무렵의 루카는 살고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원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 어머니의 죽음을 기뻐하는 소녀의 목소리.
그것들이 마음 속에 가라앉아, 마치 저주처럼 루카의 마음을 얼게 한다.
그런 나날 속에서, 아버지에 이끌려 갔던 왕궁의 다과회에서, 루카는 아리아들과 만났다.
만난 순간에 구원받다니, 그런 기적적인 만남이 아니었다.
다만, 말을 걸어와줬다. 옆에 있어줬다.
만난 그 날 이후, 당연한 듯이 , 나를 친구라고 불러주고.
아버지와 본처에게 혐오받는 자신을 다른 동세대는 부스럼처럼 취급했는데, 아리아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루카를 동료라고 불렀다.
아리아 자신과는 조금 거리를 느끼고 있었지만, 루카가 혼자 있을 때, 가장 먼저 눈치채주는건 다름 아닌 아리아고.
알들로부터,자신들이 루카에게 말을 걸은 계기도 아리아가 말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을 때, 가슴에 깃든 그 따뜻함을, 루카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어머니 뿐만이 아니라, 아리아를, 아리아들을 나에게서 빼앗을려고 했다.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눈을 가늘게 뜬 루카는, 손에 쥔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칼끝은 리리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
나머지는 그저 내려칠 뿐.
그것만으로, 그녀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릴리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귀엽다고 떠받들어진 얼굴을 더럽히면서 울부짖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루카, 그만해…!」
「…그렇게 불리는 것도, 사실은 계속 불쾌했어」
내뱉은 루카는, 기세좋게 검을 내려치고, 그리고.
「…아아아아아아!」
루카의 검은, 릴리의 심장을 관통했다.
릴리는 끊임없이, 절규를 지른다.
그녀를 관통하는 검을 중심으로 작은 마법진이 나타나고, 그것은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릴리의 몸에 빨려들어가듯이 다가가서, 그 몸에 닿자 더욱 빛을 더했다.
그것과 동시에, 릴리의 외침은 고통의 색을 진하게 하고, 그녀는 마치 목소리를 죽이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모습에 놀라 숨을 삼키는 알들을 무시하고, 루카는 한번 더 힘을 넣었다.
그러자, 마법진은 완전히 릴리의 안으로 모습을 감추고, 릴리도 지친듯이 정신을 잃었다.
루카는 한숨을 쉬고, 얼음의 검을 릴리에게서 뽑아낸다.
피가 묻지 않은 검은, 루카의 일격으로 마력의 입자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루카가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자,
「…무슨 짓을 한 거야, 루카」
「…뭐라고 생각해?」
말을 걸어 온 알쪽을 보자, 아루는 가만히 루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이는 것은 좋다고 말했는데, 그런 식으로 괴롭히는 것은 안 되는 걸까.
살피듯이 가만히 응시하는 알에게 살짝 웃으며, 루카는 아루에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석양이 슬슬 지려하고 있다.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드문드문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 마력을 봉인한 거야. 이걸로 이제 아무것도 못 하잖아」
「…괜찮을까, 그걸로」
「글쎄? 좋지 않았을까?」
「…루카」
무책임한 루카의 태도를 보고, 알은 비난하듯이 루카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을 하지 않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본 채인 루카.
알은 초조한 듯,
「…나는 못본척 해준다고 말했을텐데」
「…뭐야, 알 왕자는 나한테 살인을 시키고 싶었어?」
바보 취급하듯이 웃는 루카에게, 알은 소리를 질렀다.
「그릴리 없잖아…!」
「그럼 이걸로 괜찮잖아? 뭔가 문제라도 있어?」
「…네가 납득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는…」
「그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낮게 고함친 말에, 루카는 알쪽을 봤다.
알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루카를 노려보고 있다.
루카는 그 모든 것을 간파하는 듯한 시선에 견디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걸 깬 것은, 옆에서 보고 있던 노와르였다.
「…알, 그리고 루카도. 지쳤죠」
「노와르」
「루카는 아리아의 모습을 보러 갔다오면 어떻습니까? 겨우 평범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쌓인 이야기도 있겠죠」
「에 , 나도 가고 싶어」
「카나타는 언제나 아리아에게 찰싹 붙어 있잖아. 랄리양을 교장에게 이야기하거나, 해야 할 것은 많이 있어요. 당신도에요, 다렌」
「엑, 나도」
「당연합니다. …그걸로 괜찮을까요, 알」
「…아아. 나도 어울려 주지」
「그건 고맙습니다」
루카에게서 시선을 땐, 알은 다렌과 카나타와 함께 전이 해 갔다.
전이하기 직전 살짝 루카를 보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간다.
마지막에 남은 노와르는,
「…알은 당신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래도」
「그건…」
「그러니까 분한 거겠지, 루카가 비밀로 하는 것이」
「숨기는걸…」
「참,지 않았으면 하는게 아닐까요. 당신은 모아두는 사람이니까」
「…그래」
고개를 숙여버린 루카에게, 노와르는 쓴웃음을 짓고,
「…죄송합니다,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 그녀를 죽이지 않았던 것도, 훌륭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응」
「단지, 말해줬으면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밉다든가, 괴롭다든가. 그런 얼굴을 할 정도라면」
「나, 그렇게 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네. 포기한듯한 얼굴을」
「그런가…」
중얼거리고, 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노와르는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루카의 머리에 손을 두었다.
그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줬으면 하는건 , 저도, 그들도 똑같으니까요」
「…고마워」
「네. …다음은 아리아에게 맡기죠」
그렇게 말하고, 노와르는 알들과 같이 전이 해 갔다.
아마도 방금도 말하고 있던 대로, 일련의 사건의 뒤처리를 하러 가준 것이겠지.
루카는 사라져 간다, 불꽃 같은 마력의 잔재를,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인건 하얀 천장이었다.
학교의 보건실일까, 독특한 약의 냄새가 난다.
일어나려고 하자, 자신의 오른손이 누군가에게 잡혀져 있는 걸 깨달았다.
천천히 그 쪽을 보자,
「루카님…?」
「…아리아」
나의 손을 잡으면서, 침대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루카님은 ,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깨워버린 걸까 하고 당황해하며 사죄하면, 루카님은 일어나 있었어라고 작게 웃고, 잡은 채로 나의 오른손에 살짝 뺨을 대었다.
「아니 저기, 루카님!?」
「응?」
「 그, 손을 놔 주세요!」
「안-돼. 이 정도는 괜찮잖아, 오랜만이고」
그렇게 말한 루카님은, 따뜻하네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루카님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건 상당히 오랜만에, 왠지 두근두근 해 버린다.
하지만, 뭘까. 왠지 모르게,
「…그 후, 뭔가 있습니까」
「…어째서?」
「왠지, 모르게인데요」
「하하, 그런가」
작게 웃은 루카님은, 살짝 제 손을 놓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재차 루카님에게 방향을 바꾼다.
루카님은 고개를 숙이고, 맞잡은 자신의 양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
뭔가 말하는 편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그 때, 루카님이 입을 열었다.
「…저기, 아리아」
「…네」
「내가 무서워?」
「…루카님,」
「아리아의 안의 나랑, 내가 같으면 어쩔거야. 지금까지 대로, 나는 아리아와는 있을 수 없어?」
노을 빛의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숨을 삼켰다.
그런, 나의 게임의 기억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
루카님은 살짝 고개를 들고, 알고 있어, 하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자신에게는 사람의 감정이나 기억조차 보는 능력이 있는 것이나, 릴리님의 기억을 보고, 이 세계의 시나리오 같은걸 알게 된 것.
그리고, 내 기억 속에도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던 것도.
루카님은 마음대로 기억을 보고 미안, 하고 작게 사과하고,
「…신기했어 , 어렸을 때. 아리아는 나에게 상냥하게 해 주는데, 나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 너의 기억을 본 거야아. 그리고 너의 공포의 중심에, 피 투성이가 된 내가 있었다」
「…죄송, 합니다」
「어째서? 무섭지, 자신이 죽는 기억이라니. 거기에 아리아가 나에게 상냥하게 해 준건, 공포도 있었겠지만, 다만 순수하게 나를 걱정해 준 거지?」
「…저는,」
「…너는 옳아 아리아 . 나는 분명, 그것처럼 심한 놈이야. 웃으며 사람을 죽이고, …너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작게 중얼거리고, 루카님은 침묵했다.
「… 릴리님에게 , 뭔가 했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렇게 물어 보자, 루카님은 얼굴을 들지 않은 채,
「…죽이지 않았어. 하지만, 죽일 생각이었어.
하지만 그 때, 너희들의 얼굴이 떠올랐어」
「?」
「만약 여기서 저 녀석을 죽이면, 너희들과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쥐어짜듯이, 루카님은 말한다.
인정해 줬으면 했다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런 『루카・오르타리아』가 아니라. 나는, 너희들 덕분에 괜찮다고, 너에게, 너희들에게. 인정해 주었으면 했다」
「…그런,」
이미 인정하고 있다고,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분명 내가, 루카님을 『 게임 속의 루카님』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알님도, 카나타님에게도 노와르님에게도 다렌님도 오라버니도, 게임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두려움을 받는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여기까지 루카님을 몰아넣어버렸던 것은, 틀림없이 내 탓이다.
죄악감에 눈을 감고 버린 나에게, 루카님은 슬픈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역시 나는 , 안 되겠지」
「루카님?」
「네게 그런 얼굴을 하게 만들어서. … 잊고 전부.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아니었어」
미안, 작게 사과하고, 루카님은 자리를 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올려보자, 엘을 불러온다고 작게 웃는다.
뒤꿈치를 돌려서 떠나려고 하는 루카님의 옷자락을 , 순간적으로 잡았다.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그를 보내버리면, 그는 이제 우리들의 앞에서 사라져버린다는. 그런 예감이.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하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에게 나는,
「…사과하지 마세요」
「아리아?」
고개를 숙이면서, 어떻게든 말을 쥐어짠다.
뭐을 전하면 좋은 것인지는 몰랐다.
루카님을 몰아넣어버린 원인은 아마 나다.
나에게 게임의 기억 같은게 없었으면, 게임 속의 『루카・오르타리아』라는 존재를 몰랐다면.혹시 루카님은 여기까지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가, 나쁘잖아요. 루카님을 마음대로 무서워해서, 떨고. 루카님은 쭉, 저를 지켜주고 있었는데」
「…그건 네가 상냥했으니까야. 나는 너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
「저 그렇게 상냥하게 않습니다.루카님이,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기뻤으니까」
루카님이 퐁, 하고 내 머리에 손을 두었다.
그대로 달래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얼굴을 들자, 루카님은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가슴이 괴로워진다.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루카님 쪽이, 훨씬 상냥하지 않습니까」
「응?」
「죄송합니다. 저는 계속,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말하면서 또륵,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흐른 그건, 새하얀 시트를 작게 적신다.
루카님을 몰아넣고 있던것도, 쭉 지켜지고 있던 것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게 미안해서, 한심하다.
자신이 상냥하지 않다는 이 사람은, 얼마나 상냥한걸까.
울고 있는 것과, 당황한 듯이 물어 오는 루카님에게 작게 고개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루카님은 웅크리고 앉아, 나를 걱정스러운 듯이 올려다보고 있다.
해맑은 황혼색의 눈동자.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다시 그렇게 생각한다.
외형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루카님은 고개를 흔들며,
「내가 울려 버려서 미안.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루카님은 조금 기쁜듯이 웃었다.
이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흘러넘치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어울리지 않다니,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아리아」
「그걸 말한다면 저입니다. 제가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인간입니다. 현실이 아닌 기억을 믿고, 당신이라는 인간을 정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루카님도 그렇습니다」
울면서, 루카님에게 그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용서된다면,
「…릴리님을, 결국 상처입히지 않았겠죠? 그럼 그걸로 좋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녀석의 죽음을 바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당신은 죽이지 않았다. 그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치만 나는,」
「곁에 있어 주세요」
뭔가 말하려고 하는 루카님의 말을 끊고, 그렇게 말했다.
눈을 부릅뜨는 그에게, 작게 미소가 흘러넘친다.
「제멋대로였던 저를 용서해 준다면, 당신을 알 기회를 주세요. …그렇다면 믿어주시겠습니까?」
「믿어?」
「당신은 그 루카님이 아닌 것,증명할테니까」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루카님은 분명 거절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 이런 일을 하는 나는 치사하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용서해줬으면 한다.
이것만이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
잠시동안 입다물고 있던 루카님은,
「…아리아」
「네」
「안아도 돼?」
「…에? 앗!?」
놀라서 얼굴을 들자마자, 루카님은 나를 껴안았다.
소란스러워지는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 저기, 루카님…?」
「…곤란하네…」
루카님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 이후 조용해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지둥 시선을 방황하고 있었지만, 그는 나를 놓지 않았다.
나는 단념한 것처럼 한숨을 쉬고, 루카님의 등에 손을 둘렀다.
살그머니 그 등에 닿자, 루카님은 어깨를 살짝 흔들었지만, 거부하지 않아서 조금 안심한다.
오히려 나를 껴안는 팔에 힘을 담은 루카님은,
「…있잖아, 아리아」
「네?
「나, …응, 역시 됐어」
「에?」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며 웃고는, 내 어깨에 머리를 댔다.
얼굴을 들지 않는 루카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잠시 그러고 있었지만,
「…루카님, 저기, 슬슬 놔주지 않으실래요?」
「에? 조금만 더. 안돼?」
「…어쩔 수 없네요」
드물게 응석부리는 루카님에게 져서,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다지 싫지 않은 자신도 있어서.
크게 울리는 심장의 소리에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면서, 나는 루카님의 따뜻함에 싸이고 있었다.
두근두근 작은 고동 소리가 들린다.
자신을 꼭 껴안는 따뜻함에, 어울리지도 않게 울고 싶어졌다.
인정받고 싶었다. 자신을 친구라고 불러준, 소중한 친구들의 곁에 어울리는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루카의 머리를 차지하고 있던건, 나에 대한 공포.
릴리와 아리아의 안에 있던, 피투성이가 된 나.
『루카・오르타리아』에게 살해당한, 아리아들의 끔찍한 모습.
두려웠던 것이다.
자신은 그 녀석과 같지 않다고, 아리아들을 상처입히지 않은걸, 아마 자신이 누구보다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릴리는 마술 막는 것에서 그쳤다.
하지만, 동시에 깨닫고 말았다.
어떻게 꾸민다 해도 결국 자신은 루카・오르타리아이라는 것.
1명 죽이는것에 아무런 저항감도 없는, 그 잔학성에.
그때 릴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곁에 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동정하는 마음이나 죄책감 등, 조금도 품지 않았다.
그들이 없으면 분명 자신은 그녀를 죽이고 있었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자신은 상냥하지 않다.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냉혹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라고, 루카는 생각한다.
자신은 곁에 있고싶다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을 발견했다.
분명 그건, 저 『루카・오르타리아』가 할 수 없었던 것.
남의 행복을 바라는. 그 만큼의 상냥함을 자신에게 발각된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 그녀들 또한, 자신이 곁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면.
「…저기, 아리아」
「네?」
「나,」
좋아해, 분명.
그 말을 삼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웃었다.
그대로 아리아의 어깨에 머리를 묻자, 아리아는 위로하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만으로, 채워져간다.
그래도, 내가 그걸 그녀에게 전하지 않는건, 부수고 싶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리아를 안은 채로 대화를 하고 있자,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쿵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떨어져 루카의 바보오오오오!!」
「이런」
「카타나님!」
나와 아리아의 사이에 끼어들은 카나타는, 아리아에게 매달린 채 나를 노려보고,
「뭐하는거야, 뭐 하는거야!?」
「에, 허그인데?」
「그런거 보면 안다고! 기고만장하지 말아줄래!?」
「카나타도 언제나 하지 않아?」
「나는 괜찮아! 루카는 안돼!」
「에〜?」
「소란스러워요, 카나타. 병실에서는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나와 카나타가 다투고 있자, 노와르가 방에 들어왔다.
이어갔 다렌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쁜 듯이,
「…조금은 마음에 짐을 덜은 듯한 표정하고 있군아, 루카」
「후후, 정말이네요. …안심했어요」
「…고마워」
상냥하게 웃은 노와르는, 나의 머리를 쓰다은 다렌과 함께 아리아가 있는 침대에 앉았다.
나는 벽쪽으로 물러나고, 장소를 그들에게 양보했다.
아리아를 걱정하고 있던 그들은, 아리아가 건강하게 있는 걸 알자 평소대로 담소를 시작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여어」
「알」
방에 들어온 알은, 살짝 아리아를 본 후,나의 옆에 서고, 벽에 기대었다.
팔짱을 끼면서 아리아들을 보는 알은, 나를 보지 않은 채,
「 차분해졌나」
「…응」
「카나타도 그걸로 걱정했다고」
「그래?」
「아아. 너와 아리아의 모습을 보고 날아간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고 알은 작게 웃었다.
그 얼굴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분명 자신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알의 시선의 끝을 따라가자,아리아가 있었다.
「…저기 말야」
「뭐야」
「나, 아마 아리아가 좋아」
그렇게 말하자, 알은 조금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응시했다.
눈을 맞추고, 놀랐어? 하고 웃자, 알은 작게 웃고,
「…아니, 그런가. 다행이네」
「다행이라니 뭐야」
「솔직해졌잖아」
「우와 잘난척. 아니, 알고 있었어?」
「보면 알아」
「거짓말」
「비교적 알기 쉽다고, 너는」
그렇게 말하고 알은 웃는다.
웃고, 또 앞을 향한 알은, 분명 아리아를 응시하면서,
「나도다」
「…응」
「말하지 않지만」
「어째서?」
「…아마 너와 같은 이유겠지」
내 쪽을 돌아본 알과 시선이 마주친다.
가만히 서로를 탐색하듯이 바라보고, 그리고 어디쪽이라고 할 것 없이, 웃었다.
즐거운 듯이 웃는 카나타들을 바라보며,
「…사이 좋네, 우리들」
「그렇네」
「좀 더, 이대로 있고 싶다고 생각해」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자, 울안 그렇네, 하고 작게 웃었다.
마침, 아리아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와 알은 얼굴을 마주보고 또 웃고, 평소의 고리 속에 들어가 있었다.
언젠가 자랑할 수 있는 자신이 될 수 있었을 때,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그녀와, 그녀가 만나게 해준 그들과 함께 지내는 나날을 소중히 하고 싶다.
고독하고 외톨이인 루카・오르타리아는 이제 없다.
오늘도 그는 밝은 햇볕 아래, 얻은 『동료』와 웃는 것이다.
「…루카님?」
「응? 왜 그래?」
「아뇨, 조금 멍하니 계셨던 것 같아서」
「…응-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행복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
걱정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 웃자
안심한 듯이 웃어 주었다.
그것만으로, 따뜻한 무언가로 마음이 가득 찬다.
너에게, 너희들에게 . 만나서 다행이다.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행이었네 하고,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가 웃은 것 같았다.
파혼당했습니다. 계획대로입니다. 전편 (0) | 2019.06.23 |
---|---|
그거면 된거야 (0) | 2019.06.23 |
악역영애의 집사 ~내가 키운 그녀는 너무 귀엽다~ (0) | 2019.06.23 |
결말은 음담패설입니다. (0) | 2019.06.23 |
전생했더니 로리엘프가 되어버렸던 건 (0) | 201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