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후, 자연스럽게 잠을 깨, 눈을 떴다.
저녁이 되면 깨우러 오도록 클레어에게 부탁해 두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누그러진 두통이 심해지고, 머리가 아파서, 안쪽에서 쇠망치로 맞는 듯한 감각이었다.
너무 잔것일까 하고 한숨을 쉰다.
심한 갈증을 느끼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대에 놓인 물병을 손에 들고, 유리 컵에 부어 단숨에 마셨다.
미지근한 물이 목을 따라 미끄러져 가자 의식이 뚜렷해지고, 머리에 두통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문득, 눈앞에 있는 큰 거울을 본다.
구름 하나 없는 거울에는 낙담한 표정에, 안색이 나쁜 여자가 비치고 있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어깨나 등에 떨어져, 어두운 얼굴이 더해져 유령 같았다.
낮에 만난 다이아나의 빛나는 같은 외모와는 천양지차에서, 이런 여자가 제멋대로에 고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 한다.
욱신욱신 아픈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침대에 앉아, 머리를 싸맸다.
ㅡㅡㅡ아프다.
우울한 기분으로 고개 숙이고 있었지만, 결국 그러고 있는 것도 괴롭게 되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질끈 눈을 감고, 맥박치는듯한 아픔에 참는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클레어가 일으키러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입실을 허가했다.
「실례합니다」
문 너머에 서있던 것은 하인이 입는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진한 갈색의 머리카락에 회색의 눈을 가지고, 희고 섬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웃으면 붙임성 좋은 분위기가 될 것 같지만, 나에게 향해진 표정은 험악하고, 거기에는 호의의 한조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나, 방해되는 앞머리를 털어내며 말했다.
「어머나, 드무네요. 당신이 제 방에 오다니. 그치, 유리스?」
청년의 이름은 유리스・하이만. 아직 어리지만 이 저택의 집사를 맡고 있다.
「심한 모습을 하고 계시네요, 사모님」
얇은 입술에서 나온 것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유리스는 나를 싫어하고 있으며, 그것을 태도로 확실하게 낸다. 누구에게도 웃는 얼굴로 온화하게 대하는 그이지만, 나를 앞에 두면 노골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나의 평소의 행동을 생각하면, 유리스의 반응은 평범한 반응이다.
착실한 인간이라면, 나 같은 여자를 싫어하는게 당연하다. 하인으로서는 실격일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잖아. 바로 조금 전까지 자고 있었으니까. 마음에 안들면 나가. 한숨 더 자고 싶으니까」
저녘잠은커녕 밤에도 잘 수 있을 정도로 졸음은 날아가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그러허게 말했다. 유리스의 앞에서도 제멋대로에 고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리스는 주인과 비슷한 표정으로 조용히 탄식한다.
「벌써 저녁이에요」
「저녁이든 낮이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뭐가 나빠」
유리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 방 안에 발을 디뎠다.
그 뒤에서 클레어와 리네가 잇달아 나타나, 입구 앞에서 멈춰서서, 평소처럼 인사를 한다.
클레어에게 눈짓 하자, 그녀는 유리스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고, 한번 더 미안한 듯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뭐야, 너희들도 있었어. 유리스의 뒤에 몰래 숨어서, 마치 쥐 같네」
클레어와 리네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지만, 유리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인을 괴롭히는 것은 그만둬주세요」
「괴롭히지 않았아. 생각했던 말을 한거잖아. 일일이 화내지 마. 그래서, 뭐야? 나에게 무슨 용무야?」
「오르페우스님께서 부르십니다」
「싫어 , 또 설교? 아까 거절한다고 말했을텐데, 그 사람,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거려나. 사랑하는 사람의 다이안짱에 열중해서 잊어 버린 거야. 아아, 하루에 두번이나 만나는 건, 농담이―――」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초조한 모습으로 머리를 만지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움직임을 멈춘다. 어째서 이 시기에 이르러서 식사에 초대받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하아?」라고 되묻는다.
「저녁이라고? 뭐야 그게」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사모님. 오르페우스님은 오늘밤, 사모님과 함께 식사를 드시고 싶으시다고.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주세요. 그 머리카락을 다시 묶고, 드레스도 갈아입고, 화장도―――」
「그거야말로 농담이 아니야!」
난 소리를 높으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갑자기 움직인 탓에 뇌가 흔들려, 머리가 심하게 아팠지만, 연기중이므로 꾹 참는다.
「어째서 내가 그 남자와 함께 식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아니, 절대로 싫어! 거절이야!」
「ㅅ, 사모님…」
갑자기 큰 소리를 낸 탓인지, 유리스의 뒤에서 클레어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나는 마음 속에서 놀라게 해 버린 일을 사과하면서, 더 말을 잇는다.
「어차피 또 시끄럽게 설교하는거잖아!? 뭐야! 어제 아침 실컷 들었는데, 뭐야!? 저를 괴롭혀서 그렇게 즐거워!?」
「오르페우스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모릅니다. 저는 오르페우스님에게서 사모님을 데려 오도록, 명령받았을 뿐입니다」
「그라면 『거절한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전하세요!」
「사모님을 모시고오도록 명령을 받았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 그 취지를 직접, 오르페우스님에게 전해 주세요」
「유리스! 너 고용인인 주제에, 나의 말을 듣지 못하겠다는거야!?」
난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외치고, 지금 것은 굉장히 고압적이고, 제멋대로인 말이었다고 내심 싱글벙글했다.
클레어도 눈을 크게 뜨고 있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면 감탄한 듯이 끄덕인다.
그런데, 나의 발작에 익숙한 유리스에게는 효과가 없었는지, 그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던 것처럼 태연하게 있었다.
서늘한 얼굴로 돌아보고, 대기하고 있는 메이드 두 명에게 「준비를 도와줘라」라고 지시하고 있다.
「잠깐!」이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 노려보지만, 유리스는 그런 나를 멸시하듯이 바라본다.
「저에게 불만이 있다면, 부디, 오르페우스님에게 그리 말해주세요」
「뭐라고요!?」
호소해봤자 쓸데없다고 알고 있는 나는 꽉 쥔 손을 떨면서, 분한 듯이 이를 문다.
「당신, 정말로 짜증나! …좋아, 알았어! 거기까지 말한다면 가줄게! ㅡㅡㅡ 클레어, 리네, 머리카락 화장만 고치세요! 준비가 되면 이녀석과 그 남자의 소망 대로,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로 불평을 말해 줄 테니까!」
패배자의 대사에 적당한 말을 뱉으며 유리스를 내쫓고, 클레어와 리네에게 명해 준비를 시작한다.
고치는건 머리카락과 화장 뿐이라고 말했지만, 드레스의 스커트가 주름투성이여서 지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른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시퐁 옷감에, 쓸데없는 장식이 붙지 않은 황색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몇번이나 심호흡을 반복하고, 흥분한 기분을 가라앉히려 한다.
앞으로 한번 더, 오르페우스와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일을 생각하면 , 지금 당장 방으로 돌아가서 틀어박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그런 자신을 질타이르고 앞으로 향한다.
계단을 내려가고 복도를 나아가, 식당의 앞에서 멈춰서자, 한번 더 심호흡을 한다.
―――괜찮아. 두려워할 건 없어.
입구를 지나, 고개숙이고 얼굴을 들은 나는, 석양이 내리쬐는 식당의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겼다.
아름다웠다.
그림 안의 풍경을 보고 있는 듯했다.
하얀 벽이나 일용품도, 테이블도 식기도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 선명하게 눈에 스며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광경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은, 직사각형의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의 남편ㅡㅡㅡ오르페우스.
백색의 미모는 석양에 비추어져 더욱 요염함을 키워, 흠칫할 정도로 요염했다.
섬세한 눈꺼풀의 뒤에 무슨 색의 눈동자가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는데 확인해 보고 싶다.
자고 있는지, 아니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은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르페우스」
정적으로 채워진 식당에 속삭임이 떨어지지만, 오르페우스는 눈을 뜨지 않는다. 아무래도 자고 있는 것 같다.
불평을 할 생각으로 왔는데 기선을 제압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소재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잠시 그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더라도 오르페우스가 깨어나는 기색은 없고, 어떻게 할까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하얀 커버가 걸려있고, 중앙으로 커버의 색과 같은 흰 장미가 장식되어 있다. 은촛대에 불이 켜져있고, 아름다운 식기가 정연하게 늘어져 있고, 포도주의 병도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자리에 도착하면 당장이라도 만찬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다.
급사역의 하인이 없는 것은, 우연히 자리를 비우고 있을 뿐일 것이다.혹은, 요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
「정말. 불러 놓고 자다니…」
오르페우스의 옆에 서서, 흔들어서 일으키려고 어깨에 손을 댄다.
그때, 단정한 얼굴을 보고, 무방비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에 넋을 잃고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태평하네」
욕설을 뱉은 것은 북받치는 감정을 속이기 위해서였지만, 이미 늦었다.
내 마음은 그 감정에 휘말려, 아픔과도 닮은 안타까운 마음이 넘쳐 나와 버린다.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워. 너무 사랑스러워. 좋아서 좋아서 견딜 수 없다. 사랑하고 있다.
내 전부 집어치우고서라도 지키고 싶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가능하다면 지금 여기서 마음을 밝히고, 껴안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가두어 버리고 싶다.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님」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뜨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신화에 등장하는 남신을 본떠 만든 조각상 같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검은 머리에 투명한 하얀 피부, 눈 아래에는 감청의 눈동자가 숨어 있다. 콧날은 날카롭고, 입술은 얇고, 희미하게 붉다.
마른 몸에는 쓸데없는 부분이 일절 없고, 뛰어난 검처럼 매끈하다.
터무니 없이 아름다운 용모에, 지금도 숨을 못 쉴 정도로 빠져든다.
하지만, 만약 이 얼굴에 화상이라도 입고 붉게 짓물러, 끔찍한 추악한 외모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나는 이 사람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것이고,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다.
나는 오른손을 오르페우스의 어깨에 올린 채로, 다른 한쪽의 손으로 하얀 뺨에 닿았다.
떨리는 손가락 끝이 살짝 피부를 어루만진다.이마에 걸린 흑발을 살그머니 치운다.
귓가에 얼굴을 대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고 입술을 움직인다.
심록의 숲을 연상시키는 향수 냄새도, 오르페우스 자신의 체취도 너무나도 아련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몸을 겹쳤던 때의 감촉도 온기도, 숨결마저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데, 그 무렵은 오르페우스의 존재를 그렇게 가까이 느끼고 있었는데, 어째서 우리들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지금은 결코 채워질 방법이 없는 깊은 도랑에 두 명의 사이에 끼어 있고, 그것은 나날이 크기와 깊이를 더해 간다.
우리는 균열의 안쪽에 서있고, 차가운 시선으로, 응수하며, 서로를 상처입히는 것만이다.
―――알고 있다. 내가 나쁘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다이아나가 없었다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어울리도록 지금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당신은 저를 사랑해주셨나요?」
지나가 버린 나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를 가정해도 의미는 없다.
무엇보다, 이런 작은 목소리로는 수면의 안에 있는 오르페우스에게는 닿지 않는다. 대답해 줄 리가 없다.
그걸 알고 있어도, 침묵이 부정처럼 느껴져, 나는 더욱더 강해진 머리와 가슴의 아픔에,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서 눈을 감았다.
결혼하고 얼마 안됐을 무렵, 오르페우스는 상냥했다. 남편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저택에 틀어박혀 있는 나를 저택의 밖에 데리고 나가 주거나, 쇼핑에 어울려주거나, 물론, 야회나 다과회에도 함께 참가했다.
저녁은 가능한 한 둘이서 먹어 주었고, 밤에는 내 방 침대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장미 꽃을 좋아한다고 하자, 정원의 장미가 피면 매일 방에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오르페우스는 상냥했다. 내가 당황할 정도로 상냥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급사의 사용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붉게 물든 방은 너무나 조용하고, 나랑 오르페우스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단둘이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오르페우스」
나는 흑발에 살며시, 과거에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단 하나만 마음을 담아 입맞춤을 했다.
다시 닫힌 눈꺼풀 속에서, 지나가던 나날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