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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붉은 장미

by Yeonli 2019. 6. 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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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오르페우스의 희망으로 한달정도 빨라졌고, 그 날은 누구의 배웅도 없이 마차에 탑승했다.
짐은 이미 보냈고, 몸 하나로 로젠슈타인 집에 갈 뿐이었다.

 

 

 

 


시집 처에 도착하자, 집사인 유리스와 메이드 엘제가 마중나와 주었다.
현관 홀에는 다른 고용인들도 나란이 있고, 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조용히 정중하게 인사를 하다. 
그 줄에서 한 명의 소녀가 나와서, 클레어라는 이름을 자칭했다. 그녀가 나를 돌보는 하녀고, 긴장한 얼굴에 풋풋한 튀가나서, 솔직한 인상을 받았다.


―――이 아이와 함께라면 잘 해내 갈 것 같다.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방 중앙의 계단에서 오르페우스가 나타났다.
혼자가 아니라, 작은 여성을 데리고.


「아아, 오르페우스님. 다이아나님도 함께시네요」


유리스가 그런 말을 듣고, 그녀가 그 사촌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 여성은 정말로 가련했다. 꽃의 정령 같았다.
흰색에 가까운 금발을 꿈꾸는 듯한 하늘색 눈, 작은 몸에 섬세한 얼굴. 살짝 연한 하늘색의 드레스를 두른 가녀린 몸, 연약한 팔다리.
오르페우스와 나란히 서니 흑과 백으로 , 둘이서 한쌍인 인형처럼 어울렸다.
사이좋게 손을 잡는 모습은 연인인 거것 같아서, 두 명의 사이를 의심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지만, 다이아나는 어디까지나 이렇게 말했다.


「주인의 손을 빌려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부디 오해하지마세요. 나는 단순한 사촌이고, 이 사람은 저에게 있어서 오빠 같은 존재니까, 결코 이상한 관계가 아니에요」


다이아나의 눈은, 제가 실제로 서있는 장소에서 좀 벗어난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심하고 있던 건 아니지만, 실제로 눈앞에 두고, 정말로 눈이 안보이는 건가, 재차 생각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두 명이 팔짱을 끼고 있던 것은 유도하기 위해서겠지. 딱하게, 그녀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자유롭게 걷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안개 같은 불쾌감은 마음 속에 밀어넣고, 나오지 않도록 뚜껑을 닫는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다이아나님. 신경 쓰지 마세요.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걸요」


다이아나는 안심한 듯한 표정이 되고, 「저는 다이안이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럼, 저도 오필리아라고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기쁜듯이 미소지었다. 
오르페우스도 그 옆에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하인들은 달랐다.


그들의 태도는 어떤 의미 이상했다.
어떤 자는 비통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리고, 아래를 향하고, 어떤 자는 촉촉한 눈으로 오르페우스와 다이아나를 보고, 어떤 자는――――찌르는 듯한, 밉살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유리스는 어딘가 쓸쓸한듯한 미소짓고, 엘제는 어딘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클레어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 나는 문득, 그 남자의 말을 떠올린다.


『행복하게 두지 않는다. 내가 고통받은 이상으로 고통을 준다』


―――역시, 그런 거였나.


착각이라고 웃으기에는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아서, 나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서있었다.
그 혼인 증명서에 서명하고, 자기 방으로 안내되고, 차를 마시면서 클레어에게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 저택은 매우 멋지네요. 오르페우스님도 다이아나님도, 상냥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환영되고 있지 않은 것 같네」


교섭은 서투르니까 솔직하게 묻자, 케이크를 쪼개고 있던 클레어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오르페우스님과 다이아나님은, 사촌 여동생 이상의 관계인 거죠? 당신도 하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고, 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클레어는 창백해진 얼굴로 돌아보고, 말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모두 주인님과 다이아나님을 너무 따르는 나머지, 이상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런 노골적인 태도를… 불쾌한 생각을 하셨겠지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클레어, 고개를 들어줘. 당신이 나쁜건 아니야」


하인도 인간이다. 평상시는 직무에 충실하고 있어도, 남편과 연인의 사이를 응원하는 사이에, 조금 지나친 생각을 품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냉정함을 잃고,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취하는 것도.


「탓하는 게 아니야. 다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사랑하는 여성이 아니라 나랑 결혼한걸까.


라가펠드가는 낡은 집이지만, 지금은 몰락 직전인 시골 귀족이다. 
융자하게 된 것은 그 남자에게 잘구슬려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를 얻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지위도 돈도 있는 수도의 귀족이 결혼해서 친척 관계를 맺을 정도로 ,지금 라가펠드가에게 매력은 없다.
클레어는 「모릅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도 다이아나님도, 저희들 하인들 앞에서는 관계를 부정하십니다. 서로에게 연애 감정은 없다, 라고. 그렇게 사이가 좋은데」


의문은 깊어질 뿐이었지만, 그 이유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당신에게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어」


그날 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나에게 배정된 방의 의자에서 쉬고 있자, 옆에 앉은 오르페우스가 말했다.
그는 반나절 마차를 타고 있던 나의 몸을 걱정해서,「내일 할까?」라고 말했지만, 신경 쓰여서 「괜찮습니다. 말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당신도 궁금했었지. 왜 내가 당신을 아내를 선택한건가」


촛불이 조금씩 흔들리는, 오르페우스는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 선대의 로젠슈타인 백작의 유언이었으니까다. 라가펠드경이 맡은 딸 오필리아를 로젠슈타인가에 맞이하라, 고. 일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어떤 밤 병상의 아버지에게 불려서, 당신을 아내로 하도록 명령받았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왜 안면이 없는 선대 로젠슈타인 백작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고, 게다가, 아들의 아내가 되는 것을 바랬던 것일까.
짚이는 일이라고 하면―――.


「오르페우스님은, 저의 어머니를 아시나요?」


그 남자는 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 말투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자, 아니나 다를까,오르페우스는 「아버지에게서 들었다」라고 대답했다.


「알고서, 저를 아내로 삼은 것입니까?」


아무리 아버지의 유언이라고는 해도, 절반밖에 귀족의 피가 흐르지 않은 미천한 창녀의 딸을 맞아들이는 것에 저항은 없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것에 대한 오르페우스의 대답은 대각선 위였다.


「그렇지만, 뭔가 문제라도 있는거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답하자, 나는 멍하니 입을 열어 버렸다. 문제는 산더미만큼 있지만―――.
멍하니 있는 나를 두고, 오르페우스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아버지는 당신의 어머님에게 마음을 둔 남자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사교계에서 자취를 감추어도 마음을 끊을 수 없었다. 6년 전의 유행병으로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잊지못한 그녀 딸인 당신이 라가펠드경에게 거두어진 것을 안 것은, 병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 때 당신을 보고, 그리고, 당신이 노예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알았다」


거기서 일단 말을 자르고, 오르페우스는 나의 어깨에 둔 손에 힘을 준다. 통증은 없고, 그저 뜨거웠다.


「사랑한 여성에게 쏙 빼닮은 여자가 시달리는 것을 보고, 안절부절해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유괴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역시 그것은 않좋다고 종자가 멈추었다. 어쩔 수 없이 합법적으로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 결과, 나와 결혼시키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직후에 병으로 쓰러져 버려서, 그 이야기는 유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서 라가펠드경과 친분이 되고, 투자 자금의 대출과 맞바꿔 당신과의 결혼을 요구했다. 가급적 서둘렀었지만, 그래도 한달 반 걸려버렸다」


그렇게 말하고, 오르페우스는 나를 껴안았다. 창녀의 딸이라고 알면서, 그에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때까지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오르페우스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나는, 그 말이 신기했다.
숲 안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향기를 들이 마시면서, 어째서 아무 관계도 없는 그가 나에게 사과하는 것인가, 그 필요성을 생각하며 말했다.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왜냐면, 당신은 저를 그 집에서 꺼내줬다」


시달리고,매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나날에서 해방해 주었다. 누구에게도 돌아보지 않던 나를 구해 주었다.
그것도, 사랑하는 여성을 배반하면서까지―――.


눈꺼풀이 타듯이 뜨거워졌다.


참을 수 없는 충동이 솟아 올라, 오열로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말한 순간, 감정이 끊어졌다. 눈꺼풀을 꽉 감고도 의미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당신에게 행복한 결혼을 빼앗아가버렸다」
「오필리아, 그건―――」


오르페우스로부터 멀어지고, 무너지듯이 바닥 위에 주저앉는다.
발밑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듯이 올려본다.
당황하며 나를 일으키려고 하는 오르페우스는, 교회의 벽에 그려진 천사처럼 자비롭고, 아름다웠다.


「그 행복 이상의 것을 주는 것은, 저로서는 없습니다. 대신에 오르페우스님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이 몸도, 마음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희생해도 괜찮아.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어떤 고통도 참습니다」


선대 로젠슈타인 백작과 오르페우스에게 보답하기에는, 그 외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난 아무 특기도 없는 인간이다. 희생되는 것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디, 용서해 주세요」


머리를 숙이자, 아주 조용해진 방에 오열만이 울렸다.


「아니잖아」


이윽고 오르페우스가 불쾌함을 담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놀라 얼굴을 올린다.


「그게 아니잖아, 오필리아. 지금 당신이 할 말은 사죄가 아니야」


그럼, 하고 입술을 떨면서, 희미해지는 시야 저편에서, 그는 얇게 웃고 있었다.


「고마워, 다. 이런 때는 그렇게 말하면 된다」


다시 눈물이 흐를 뻔 한 것을 견디고, 오열을 막기 위해서 숨을 들이마신다.


「감사합니다, 오르페우스님」


오르페우스는 나를 도와 일으키고 자신의 옆에 앉히고,「님은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라고 꾸짖듯이 말하고, 엄지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날 밤, 오르페우스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날밤이라는 것으로 잠은 같이 잤지만, 내가 긴 여행으로 피곤한 일에 신경을 써, 때때로 몸을 만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 눈을 「여름의 하늘과 같다」라고 칭찬해주신 뒤, 조용한 고백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어머님을 닮은 여성을 아내로 삼았다. 장미공주 루이제를 잊을 수 없었어. 아버지는 흑발의 여성을 찾아 아내로 삼는다는다고, 그녀를, 캐틀린을 장미 공주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그것을 캐틀린에게 알려지고, 그녀는 울적해지게 되었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이전처럼 밝아졌다. 다만, 아이를 사랑할 뿐 아버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오르페우스는 일곱살의 생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없어져 버렸다. 연못에 떨어져서」


그때 휘잉 울렸던 것은, 아마, 나의 목이었다.
따뜻한 이불의 안에 있는대에,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캐틀린은 발광했다. 울부짖고, 날뛰고, 밥을 먹지 않게 되어 쇠약해졌다. 밤이 되면 아이를 찾으러 저택 안을 배회하게 됐다」


그때까지 오르페우스는 나의 뺨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그 손은 머리에 옮겨져 있다. 손의 온기도 , 조금 단단한 손가락의 감촉도 확실히 느껴졌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을터인 그의 중요한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둠에 녹아 버린 것처럼.


「캐틀린에게 죄책감을 안고 있던 아버지는, 그녀를 제정신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 날, 죽은 아들과 비슷한 소년을 찾아내, 양자로 영입했다. 오르페우스 라고, 이름 붙이고 .그 소년은 죽은 아들보다 한 살 연상이었지만, 캐틀린은 아들이 돌아왔다고 기뻐하고, 조금씩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느날, 소년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발광해, 반년 후, 너무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오르페우스는 변함 없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나는 어둠을 응시한 채로, 움직일 수 없다.
정적 속, 두 명의 호흡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나에는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지 않아. 평민의, 쓰레기 같은 남자와 여자가 나의 부모님이었다. 창관인가, 어딘가의 귀족의 애완 인형으로 팔려가는걸 양부에게 팔렸다. 그 사람은, 로젠슈타인 백작은, 나를 진짜 아들처럼 키워 주었다. 나를 죽이려는 양모로부터 지켜 주었다」


그 사람을 존경하고 있고, 감사하고 있어, 라고 오르페우스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 유언은 절대였다, 라고.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건 다이아나와 유리스, 엘제 뿐이다. 너에게는 입다물고 있을 생각이었지만―――어째서일까. 알아 줬으면 한다고 생각했어. 당신이라면 알려져도 좋다고」


나는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울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러니까, 같았네」


충격은 아직 식지 않지만, 깨닺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솔직히,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오르페우스에게 털어놓았다.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 알았습니다. 당신도 저와 같다고. 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똑같이 지루해 하고, 어딘가가 비뚤어지고 있다고」


오르페우스의 고백의 내용에는 놀랐지만, 마음의 어딘가에서 납득하고 있었다. 역시, 나의 인상은 옳았던 것이다, 라고.


「확실히, 같은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 오르페우스는 나를 껴안았다.
이렇게 안고 있자, 뿔뿔이 찢어져 있던 것이 간신히 하나가 된 듯한, 이상한 안도감이 있었다.


어째선지 이 때, 그의 팔의 온기를, 감촉을,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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